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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가 등장한 MBC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12.5%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한 자릿수 시청률까지 기록하며 주춤하던 프로그램이 이효리 효과를 본 것이다. 동 시간대에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과 SBS ‘주먹쥐고 뱃고동’은 각각 7%, 3% 내외였다. 지상파 주말 예능 시청률이 3%대까지 떨어지는 시대에 찍힌 ‘12.5%’는 이효리의 스타성이 아직도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이효리는 1세대 걸그룹 핑클 출신이다. 이때만 해도 그는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소녀 이미지였다. 그랬다가 ‘텐미닛’으로 솔로 데뷔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섹시스타 이미지로 바뀐다. 이 당시까지 이효리는 신비주의 여신이었고, 뭇 남성들의 마음을 훔친 사람으로 여성들의 공적이었다.

그러다 리얼버라이어티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이미지가 또 바뀐다. ‘패밀리가 떴다’가 ‘1박2일’과 더불어 일요 국민예능 대전을 펼칠 당시 이효리가 유재석과 함께 ‘패밀리가 떴다’의 주축이었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외모까지 희화화하면서 망가지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신비한 국민요정, 섹시스타에서 ‘털털한 언니’로의 변신이었다. 이때부터 이효리가 여성팬들의 로망이 되기 시작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다시 한 번 변신한다. 이번엔 ‘개념녀’다. 보통 여성 스타들이 자산가 집안의 자제나 미국 유학파 출신 금융인 등과 맺어지는 것이 상례인 데 반해 그는 인디 뮤지션인 이상순을 선택했다. 결혼식도 ‘스몰웨딩’으로 조용히 치렀다. 그 전까지 스타의 결혼식은 떠들썩하고 화려한 이벤트였다. 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등을 돕는 ‘노란 봉투’ 캠페인에 참가해 소셜테이너로 거듭났다. 그의 참가 후 캠페인 참여자 수가 5배로 늘어 그 영향력을 확인시켜줬다. 자작곡 ‘미스코리아’를 발표하며 사회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 최고의 스타가 제주도로 귀촌한 것도 관심을 모았다. 처음엔 쇼가 아닌가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이젠 ‘소길댁’으로 불릴 정도로 그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무한도전’에서도 다른 출연자가 그에게서 밭 냄새가 난다고 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오디물이 들어 지저분한 손가락이 카메라에 잡혔지만 태연했다. 몸매 관리가 아닌 정신수양의 차원에서 수행했다는 고난도 요가 시범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효리의 끝없는 변신은 언제나 당대 트렌드를 선도했다. ‘텐미닛’은 섹시코드가 퇴폐적 소모품에서 여성의 당당한 자기표현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었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털털하게 변신한 후엔 친밀하고 소탈한 이미지가 대세가 됐다. 스몰웨딩, 사회참여 등 개념 연예인 변신 즈음엔 여성들 사이에서 ‘당당한 개념녀’를 향한 열망이 커졌다. 여성에 대한 억압을 여성들이 예민하게 인식할수록 당당한 개념녀를 롤모델로 선망하게 된다. 이효리가 이 흐름을 선도하면서 여성 커뮤니티의 ‘멋진 횰언니’로 떠올랐다.

제주도 이주는 최근 불고 있는 ‘욜로’ 열풍을 선취했다. 욜로는 성공에 몰두하기보다 여행이나 귀촌을 통해 여유로운 삶을 살려는 흐름이다. 이효리 이주 이후 제주도가 대도시에 대비되는 이상향으로 떠올랐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변신하며 트렌드를 이끌어온 아이돌 스타는 드물다. 그래서 아직도, 여전히, ‘이효리’인 것이다.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