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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24번째 시집 ‘북양항로’

“지난 시집이 감각적 이미지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삶의 명상을 담았다고 할까. 2년 연속 시집을 내니 주위에서 질투심 반, 부러움 반으로 보는 것 같아 쑥스럽기도 하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오세영(75·사진) 시인이 왕성한 창작욕을 불태우며 또 하나의 시집 ‘북양항로’(민음사)를 펴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가을 빗소리’에 이어 채 1년이 안 돼 나온 것이며, 24번째 시집이다.

표제작에서 오 시인은 자신의 오두막을 막막한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에 비유하고 있다. 대양의 선박은 험난한 인생 여정을 상징한다. 그만큼 바다 위에 홀로 선 시인의 목소리는 비장하다.

“엄동설한,／ 벽난로에 불을 지피다 문득／ 극지를 항해하는／ 밤바다의 선박을 생각한다.／ (…)／ 출항의 설렘은 이미 가신 지 오래,／ 목적지 미상,／ 항로는 이탈／ (…)／ 북양항로,／ 얼어붙은 밤바다를 표류하는,／ 삶은／ 흔들리는 오두막 한 채.”

‘탕자’나 ‘나이 일흔’도 모두 팔순을 바라보는 시인이 온몸으로 경험한 삶의 흔적이다.

“뗏목 한 척 찾기 힘든 생의 한 강변을,／ 숲과 굴헝을 헤치며 내 여기 찾아왔다.／ 눈, 비에 적시며 내 여기 왔다”(‘탕자’ 중 일부)

“눈이 어두워진／ 내 나이 이제 어느새 일흔,／ 창밖／ 마른 나뭇가지 끝에 앉아 아직도／ 흰 구름을 우러르는 노년의／ 새 한마리를 본다.”(‘나이 일흔’ 중 일부)

오 시인은 “살다 보면 행복과 불행을 경험하게 되는데 결국 인생의 총량으로 보면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했다고 하지만 평범한 삶에도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음을 역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인은 이번 시집 맨 앞에 한국 문단에 대한 평소의 소신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고독한 까마귀가 되고 싶다’라는 글에서 “나는 문단의 시류에 휩쓸린 적이 없다. 민중시에 편승한 적도, 중구난방으로 휘몰아치던 포스트모던의 물결을 타본 적도 없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에는 대외 홍보용으로 만든 ‘한국문인인명사전’에서 아예 이름이 삭제되는 수모를 겪었다”면서 “그러나 이처럼 살아남았으며, 내 사전에는 ‘부화뇌동’, ‘패거리’라는 단어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시인은 “평소 이런 소신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다시 꺼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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