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에 상응하는 할인혜택’
고시 불구 ‘25%’로 상향 방침
이미 할인액 역전된 상황인데다
고가폰·요금제에 유리해 논란
‘자의적 해석’ 역차별 고착 우려

최근 정부가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대신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는 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본료 폐지가 법적 근거 미약으로 사실상 폐기 처분된 가운데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역시 미래창조과학부 고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와 미래부 고시 등에 따르면 지원금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중고 휴대전화나 자급제 휴대전화 구매자 등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소비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래부의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 제공 기준(제2014-61호)’ 고시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 등 혜택 제공의 기준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된 이유다. 그러나 현재 지원금을 받은 이용자의 할인율은 월평균 약 15% 수준으로 선택약정 할인율 20% 대비 낮아 고시의 취지에 어긋난 상태다. 오히려 선택약정 할인율을 낮춰야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에 부합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선택약정할인 가입자들은 이미 지원금 선택 이용자보다 혜택을 얻고 있다. 지원금은 2년 약정만 가능한 반면, 선택약정 할인의 경우 1년과 2년 약정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더 큰 문제는 선택약정 할인이 최신 고가 스마트폰을 고가 요금제로 구매한 소비자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점이다. 실제 선택약정 할인을 선택해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8을 10만 원대 요금제로 구매할 경우 2년 동안 할인액은 52만8000원에 달하지만 지원금은 최고 26만4000원에 불과하다.

반면 3만 원대 저가 요금제로 가입할 경우 할인액(15만8400원)과 지원금(최대 7만9000원)의 격차는 훨씬 작다. 선택약정 할인율을 인상할 경우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고시 자체가 ‘고무줄’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시에는 미래부 장관이 ‘통신시장의 경쟁상황을 고려해서’, ‘당해연도 시장 상황에 맞게’ 선택약정 할인율을 정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제정 당시 12%였던 할인율을 2015년 20%로 상향할 때도 정부가 구체적인 산정근거 등 제시 없이 공문으로 이통사에 통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은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초법적 행위”라면서 “통신 서비스는 공공재가 아니라 민간 사업자가 경매로 구매한 주파수를 기반으로 한 민간 서비스”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