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작업은 코드인사 불과”
“문민화 과정의 불가피한 진통”

법무부 문민화와 검찰 개혁을 목표로 내걸고 진행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인적 쇄신’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코드 인사’를 통한 ‘물갈이 작업’에 불과하며 이는 결국 정권의 검찰 장악 플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검찰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평가도 있다. 청와대가 안경환(69)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배경에 검찰 등의 조직적인 저항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주장이다.

20일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안 전 후보자의 낙마는 목표 의식에 사로잡힌 청와대의 조급증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법무부 문민화를 이끌 적임자로 비(非) 검찰 출신인 안 전 후보자를 낙점하고 임명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목표 의식만 앞서면서 초보적인 수준의 신상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안 전 후보자는 결국 허위혼인신고 이력 등 여러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개혁은 ‘절대 선’이라는 인식에 따라 진보적 가치 실현에만 매달리다 기본적인 검증을 소홀히 하는 아마추어적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조급증을 목격한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검찰 개혁이 아닌, 검찰 장악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정부 출범 9일만인 지난 5월 19일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의 ‘심장’인 검찰국장 자리에 광주 출신인 박균택(51·사법연수원 21기) 당시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임명했다. ‘법무부의 탈 검사화’를 외친 정부가 정작 법무부 핵심 자리에는 일찌감치 호남 출신의 검사를 앉힌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 문민화를 한다면서 차관과 검찰국장 자리에 현직 검사를 앉히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현직 판사를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임명한 사실도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형연(51) 당시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지난 5월 사표를 내고 이틀 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입성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처음으로 촉구했던 인물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또 하나의 목표인 ‘사법부 개혁’에 사로잡혀 사법부 독립을 깰 수 있는 인선을 너무 쉽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법무부 장관 재인선 작업은 정부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친(親)문재인계 현역 의원을 장관으로 차출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라며 “이는 스스로 문민화 목표를 내려놓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