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외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방침을 내세운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경기교육감 선거 당시였던 2009년에는 이들 학교를 유지할 것이라는 공약을 제시했던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2009년 민선 경기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로 나와 “특수목적고(특목고)와 자사고는 원래 취지대로 엄격히 규제돼야 한다”면서도 “자사고나 특목고를 일거에 폐지하는 것은 교육현장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교육 수요에 부응하는 선에서 당분간 유지·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의 ‘돈 교육’을 심판하기 위해 출마했다며 ‘7대 정책 방향’과 ‘10대 공약’을 발표한 자리에서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 “일반 공·사립학교 등 공교육 혁신과 공교육 학력 강화로 특목고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정책을 펴나가겠다”며 “특목고 수요를 촉발하는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는 전국 시·도 교육감과 협력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공약했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늘리면 학교 간 서열이 생겨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지금의 주장과 맥은 같이하지만 이들 학교의 폐지에는 유보적인 견해를 보인 것이다.

학부모나 교원단체는 현장의 혼란을 우려한 당시의 김 후보자 견해가 지금의 교육현장에도 더 맞는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외고·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혼란이 생기는 것은 지금도 똑같다”며 “특목고 폐지가 곧 일반고 강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외고·자사고를 유지하면서 일반고의 공교육 기능을 끌어올린다는 당시 공약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