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10년물금리 연 2.15%
유가하락·경기회복세 감속 탓
“韓 기준금리 인상시점에 영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주 올해 두 번째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오히려 미국 장기금리는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국 경기 회복세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은 통상 장기금리 상승으로 나타나고, 이는 Fed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시나리오다.

하지만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낮은 물가 상승 압력과 미국 경기 회복세 감속 조짐 등이 장기금리 하락 현상을 낳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하고 예상보다 빠르게 보유자산 축소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같은 통화 긴축 신호는 보통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주말 연 2.15%로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2000년대 중반 나타났던 ‘그린스펀(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 수수께끼’ 현상과 유사한 흐름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04년 6월에서 2005년 5월까지 기준금리가 2% 인상되는 동안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 때 0.6% 이상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장기금리가 하락한 것은 해외 투자자들의 미 국채 수요 증가,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 감속 등 때문이다.

최근 상황도 당시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과의 금리 차로 여전히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Economic Surprise Index)’가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국제 유가의 반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있어 장기금리가 쉽게 오를 수 없는 구조다.

미 Fed는 이번에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Fed의 추가 금리 인상 의지에도 불구하고 물가 흐름이 전망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면 앞으로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는 보다 완만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국내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