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기업분할 명령제 도입 놓고 ‘거센 논란’

기업 규모 크다는 이유로 쪼개
국제경쟁력 - 대외신인도 저해

‘계열 분리·기업분할 명령제 도입’을 둘러싸고 앞으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관련 법안 발의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긍정적인 검토 발언이 이어지자, 재계는 “이미 선진국에서조차 사문화된 낡은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라면서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20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공정위에 ‘시장구조 개선명령’ 권한을 부여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과징금이나 시정조치만으로는 시장 구조의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장구조 개선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해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도 인사청문회 때 “(계열 분리·기업분할 명령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상황과 충격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사문화된 제도이고, 그 이유가 사업자의 주식처분, 영업 양도 등을 강제하는 것은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셔먼법 제2조(독점화 금지) 위반에 대한 법원 판례를 앞세워 1911년 스탠더드오일(현 엑슨모빌), 1982년 AT&T 등을 쪼개도록 한 사례가 있으나 지난 35년 동안은 집행사례가 없다. 일본은 독점금지법에 영업 양도 명령을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집행사례는 전혀 없다.

또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발생하는 원인은 정당한 경쟁, 규모의 경제 등에 의해서도 발생하는데,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간 유지된다는 이유로 기업 소유권을 강제 이전토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독과점 구조는 남용행위 외에도 여러 이유로 발생하는데, 이를 명확하게 구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쪼개게 한다면 자유경쟁원리를 부정하고, 기업의 국제경쟁력과 대외 신인도 및 경영 안정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구조개선명령은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게 하므로 발동요건을 보다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는데도 구체적인 방법·절차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만 추상적으로 적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한국 사회처럼 고도로 집중화, 독점화된 재벌 체제를 구조적으로 완화하기 위해서는 계열분리·기업분할 명령제 도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집중도를 분산시키는 과감한 방안 채택이 필요하다”면서 “공정위가 경쟁 제한적인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고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 외에 구체적인 조치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개정안 처리를 당론으로 정할 경우 재계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