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 2주 앞두고
산업계, 양국협상 차질 우려

FTA 등 통상압박 높아지고
통화스와프 재개 등 과제 산적

정몽구회장 전격합류 결정
경제사절단 규모 역대 2위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외교·안보 문제를 둘러싼 엇박자로 인해 양국 간의 통상·환율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전혀 맥을 못 출까 걱정스럽다.”

한미정상회담을 2주일가량 앞둔 가운데 양국 간 외교·안보 정책에 미묘한 갈등 기류가 심화하자, 경제·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19일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통상 압박, 환율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데도 외교·안보 이슈를 조율하기는커녕 되레 삐걱거리기만 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 정부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철강·알루미늄 등에 이어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사 착수, 월버 로스 상무 장관의 반도체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보복관세) 적용 가능성 시사, 한국산 태양광 전지·패널 등의 반덤핑 조사 등 전방위적으로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 교수는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만 1만3000개에 달한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현대·기아차, 삼성전자 등의 미국 투자를 패키지로 묶어 통상 압박을 해소하고, 중단된 한미 간의 통화스와프(교환)를 재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안보와 경제·통상 이슈를 따로 보지 않는다”면서 “한국 정부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을 통상 압박으로 해소하고자 할 가능성이 적잖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압박에 중국이 동참하게 하려고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를 압박용 카드로 활용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틀어막고, 자국에 진출한 롯데마트 점포 등을 상대로 표적 조사를 벌인 바 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늦어도 20일까지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경제사절단에 참여할 기업인 명단을 잠정 결정한 후 정부·청와대 등과 조율할 예정이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전격적으로 경제사절단에 합류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초 최소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됐던 경제사절단 규모는 역대 2번째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0~100명 사이에서 참가 기업인 수가 정해질 전망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