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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데모크라시란, 부패한 소수자의 결정에 따라 선거로 뽑힌, 무능한 다수자에 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가 이렇게 모순된 약점을 안고 있지만, 그래도 역사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정치 제도임이 증명돼 왔다.

민주주의 국가는 정당정치를 바탕으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정권 교체는 필요에 따라 선거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전 정권이 시행한 정책이 훌륭하다면, 그것을 파괴하기보다는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유익한 일이다. 새로운 정부가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하거나, 정권이나 당파적인 이익을 위한 포퓰리즘 전략으로, 이전의 모든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은 낭비일 뿐 아니라 파괴적인 행위로 비난받을 것이다.

새 정부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정착시켜 놓았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관련된 주요 관행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국가가 지향하고 있는 경쟁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어 국민은 불안해 한다.

최근 대통령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르지 않고 국가가 고용주가 돼 11만 명의 공무원을 세금으로 뽑아 실업 문제를 해결하겠고 했다. 그리고 공기업 비정규직 문제를 고용 유연성 문제와 별도로 해결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하지만, 국제 경쟁력을 잃게 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게 되면 국가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 망했던 역사가 있는 기아자동차의 경우를 보라.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외고와 자사고(전국 77개교) 폐지 관련 발언은 더욱더 충격적이다. 국가 백년대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교육 문제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로 이렇게 졸속으로 바꿔야만 하는가.

경쟁은 평등을 저해하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위화감은 물론 빈부 격차를 초래한다는 생각은 사회주의적 관점이다. 만일 우리 사회가 경쟁이 없이 하향 평준화가 되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경쟁이 없다면 발전이 없고, 질투심으로 자기를 추악하게 만들게 됨은 물론 의욕이나 동기 상실로 무력감에 빠져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그것은 인간에게 최선의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인간의 가능성을 실현하게 한다.

그래서 이것은 자유로운 인간이 욕망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삶의 실존적인 아픔이 있는 희열의 장(場)이다. 리처드 버턴은 ‘경쟁은 인생의 피할 수 없는 법칙’이라고 했고, 괴테는 “나는 인간이다. 그것은 경쟁하는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선진국처럼 경쟁을 원하는 학생과 원하지 않는 학생을 나누어 교육하는 것을 국가가 꼭 금지해야만 하는가. 현대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산종(散種)’이란 말로 한 곳에 묻어두는 것보다 척박한 땅이라도 여러 곳에 많은 씨앗을 뿌리기를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몇 차례 우리의 교육 제도를 언급했듯이, 그동안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도 우리의 교육 제도 덕분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는, 질적인 교육 수준의 향상과 경쟁력 있는 인간의 노력을 통한 빈곤으로부터의 해방 없이는 이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