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철도 등 범위 크게 늘려
완화·중단땐 의회승인 거쳐야
공화당도 지지… 압도적 통과

미국 의회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동시에 행정부가 제재 완화를 시도할 경우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압도적으로 가결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시아 외교 재량권을 대폭 줄여놓는 조치로 향후 미·러 관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미 상원이 이날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법안을 거의 만장일치(찬성 98표·반대 2표)로 가결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날 반대자는 랜드 폴(공화·켄터키) 의원과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의원 등 2명에 불과했다.

추가 제재안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 정부를 대신해 사이버 비방전을 자행하는 개인에 대한 제재뿐 아니라 러시아의 채굴·선박수송·철도 등 다양한 경제부문에 대해서도 제재를 확대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에 무력 개입한 러시아에 부과했던 기존 제재들을 법으로 성문화해서 강제성을 부여키로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거나 중단하고 싶다면, 반드시 정부가 의회에 검토를 요청해야 한다. 의회는 30일 이내에 이를 승인 또는 거부할 수 있다.

이번 제재안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발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를 희망하는 만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전날 청문회에서 “의회가 대통령의 정책 재량권을 너무 줄여놓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제재안은 초당적 지지로 통과됐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주요 TV·라디오 방송으로 생중계된 제15차 국민과의 대화에서 미국의 추가 제재와 관련, “이는 미국 내부적 정쟁의 결과로 어떤 좋은 결과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前)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확신한다고 한 데 대해서도 “아무런 증거도 없는 주장”이라고 정면 부인했다. 유럽에서도 미국 의회의 러시아 제재 강화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정부는 미국의 러시아 추가 제재 가결 소식이 전해진 뒤 즉각 성명을 내고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유럽의 기업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