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공동성명 “자주·평화·민족대단결 통일”
6·15 선언 “민족끼리, 자주적 통일 약속”
10·4 선언 “신뢰 관계… 6자회담 명문화”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대북 대화를 제기하면서 남북 간 기존 합의를 논의의 기초로 하자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이 북한은 기존 남·북 합의에 대해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이 통일 원칙에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은 1972년 7월 4일 발표됐다. 공동성명의 핵심은 통일의 세 가지 원칙, 자주·평화·민족대단결에 대한 남북 간의 합의를 천명했다는 점이다. 평화통일에 대한 기대와 달리 그해 10월 남한에서는 유신 헌법이, 12월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헌법이 제정되는 등 남북 권력자 모두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명분으로 성명을 악용했다는 한계를 남겼다.

1991년 12월 13일 남북 총리를 대표로 하는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채택, 서명·발효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한 관계를 통일과정의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한국과 북한이 당장 통일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서로 상대방 체제를 인정하는 내용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합의서는 서명이 되자마자 사문화됐다.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는 등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한반도 상황이 악화된 탓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2000년 6월 13∼15일에 평양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으로 채택된 남북공동선언문이다. 분단 55년 만에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통일 문제를 민족끼리의 힘으로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약속하고,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가 터지며 빛이 바랬다.

2007년 10월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2차 정상회담이 열려 6·15 공동선언을 구체화한 ‘10·4 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됐다. 공동선언문에는 △남북 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관계로 전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등이 명문화됐지만, 이듬해 박양자 씨 피격 사망사건으로 금강산 관광길이 끊기고, 북핵 위기가 심화하면서 효력을 상실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