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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논의 시도조차 못해
내주초 심사 일정 안나오면
6월 임시국회 처리 어려워

중소벤처기업부 격상 지연
개헌특위는 개점휴업 상태
사드 해법도 정당별 이견 커

내각 인선을 둘러싸고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장·단기 과제들이 줄줄이 위기를 맞게 됐다. 6월 임시국회 최대 현안인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에 적신호가 들어왔을 뿐 아니라 헌법 개정,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 해소 등 외교 안보 현안, 적폐청산 등 국론을 결집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중장기 과제들이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정치권 반응을 종합하면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추경안이 당장 정국 급랭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추경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소득주도 성장론의 첫 작품으로 지난 7일 이미 국회로 넘어왔지만, 아직 심사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국회 본회의에 추경안이 상정되기 위해서는 13개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심사에 최소 4∼5일, 최종안 의결에 2∼3일이 각각 걸린다. 이를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심사 스케줄이 나와야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야당은 공식적으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과 연계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경안 심사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대한민국’ ‘모두가 성장하는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 12대 약속’으로 대표되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정부조직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격상,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통상교섭본부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9일 민주당이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모두 본회의 표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반인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법안 및 정책, 적폐청산을 위한 개혁 입법,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등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개헌과 사회적 대타협 등 정치권의 공동 대응과 국론 결집이 필요한 중장기 과제 역시 정치적 이슈에 밀려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들 대부분은 폭넓은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추진할 수 있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대통령 권력이 힘을 갖고 있는 ‘골든 타임’이 지나버리면 추진하려야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도 이들 과제를 서둘러 왔다. 개헌은 대선 공약대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은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국민 다수의 찬성을 얻는 개헌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전문에서부터 130조로 구성된 본문까지 수정을 놓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 충분한 여론 수렴을 위해 내년 2월 말 개헌안이 발의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논의에 착수해야 하지만, 특위는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한 안보, 당당한 협력외교’ ‘원칙이 바로 선 한반도 평화번영’ 등 외교·안보와 관련한 당면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당장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힌 사드 해법을 놓고 정당별 견해차가 큰 상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한국 상황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한국 외교는 주변 4강 사이에서 대북 제재 등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교·안보 문제 역시 최근 경색 정국에 영향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월 말 개최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 야당 의원들의 동행을 제안했지만, 참가 의사를 밝혔던 국민의당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야당이 정상회담에 동행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