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여소야대 ‘새모델’없이
역대 대통령들 모습 답습만

野도 대안제시 없이 반대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7일 만에 ‘협치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전직 대통령 탄핵 사태 속에서 출범한 정부가 국정 공백을 시급히 해결하고, 국내외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풀어갈 정치의 영역에서 오히려 위기를 맞음으로써 향후 국정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역대 다른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허니문’(대통령 취임 직후 여야의 밀월기간) 기간이 짧았지만 위기를 자초한 것은 문 대통령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환경 속에서 새로운 협치 모델을 만들어야 했지만 야당이 반대하는 공직 후보자 임명 강행 등 역대 대통령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도 협치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야 3당은 정치적 리더십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대안이나 비전 제시 없이 우왕좌왕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장관 등의 인사권은 대통령이 국민적 판단을 보고 행사할 것이라는 게 확고한 원칙”이라며 “입법 사안 등에서는 야당의 입장을 존중하고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 야당이 가장 민감해하는 인사권 문제에 대해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태도 없이 주요 사안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당장 청와대가 일자리 확충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와 관련해서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본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방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인사검증의 최종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며 사실상 ‘협치 포기’의 신호를 야당에 보냈다. 국정공백을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눈 앞의 고개는 넘을 수 있어도 오히려 더 큰 난관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전직 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협치가 아닌 통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은 야당과의 갈등을 고조시켰고, 여당의 역할을 제한해 버렸다. 여당은 여당대로 자신들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청와대에 끌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도 정부·여당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선 패배 직후 리더십의 공백 속에서 반대 목소리만 낼 뿐 대안 제시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당끼리 협력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고 각자의 실리 찾기에만 급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업적은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남기 때문에 야당의 반대 속에서도 끊임 없이 대화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