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 =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칸 영화제’ 심사하고 돌아온 박찬욱 감독 단독 인터뷰

“넷플릭스 개봉 촉구 의도한것
매일 턱시도 입고 참석 고역
‘깐느박’ 지어 준 류승완 미워”

“알모도바르 심사위원장이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수상에서 배제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5월 17~28일) 경쟁부문 심사에 참여하고 돌아온 박찬욱(사진) 감독이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칸에서 돌아온 후 국내 언론과 첫 접촉을 한 자리에서 그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뒷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스’ 등 세계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투자한 영화 두 편이 처음으로 초대돼 뜨거운 이슈의 대상이 됐다. 이번에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페인 출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작품에 황금종려상 등 상이 돌아가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나뿐 아니라 심사위원 누구도 넷플릭스 영화를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알모도바르 감독은 신중한 사람이다. 기자회견 때 그 대답에 대해 말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답변을 미리 써와 읽었다”며 “심사위원장이 시작도 하기 전에 특정 영화 두 편을 수상에서 배제하겠다고 하는 건 미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의 말에는 오히려 넷플릭스 측에 극장 개봉을 촉구하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옥자’와 함께 경쟁부문에 오른 홍상수 감독의 ‘그 후’ 등 한국 감독이 만든 영화 두 편 모두 수상에 실패한 것에 대해 “아쉽다”며 “내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9명의 심사위원 중 한 표를 행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심사위원으로서 보람도 느꼈지만 힘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실 평소에 영화를 많이 안 보는 편이고, 어쩌다 보는 영화도 대부분 옛날 작품인데 이번에 19편의 경쟁부문 초청작을 모두 보며 현대 영화의 흐름과 영화 미학 전선의 변화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며 “수면 장애가 있었는데 심사하는 동안 싹 없어졌다. 하지만 매일 턱시도를 입고 행사와 파티에 참석하는 것은 고역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올드보이’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그는 2009년에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아가씨’가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칸 패밀리’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면서 ‘깐느박’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는 “그 별명을 지어준 류승완 감독이 밉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또 “레드카펫에서 턱을 45도 치켜들고 온화한 표정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을 건네자 “그냥 멋쩍어서 그런 것”이라며 “계속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때문에 이것저것 리액션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 대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할리우드에도 진출(스토커)하는 등 많은 것을 이뤘지만 여전히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만들고 싶은 영화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며 “서부극도 만들고 싶고, 뮤지컬 영화, 스파이 스릴러도 하고 싶다. 또 ‘설국열차’ 제작자로 살짝 맛을 본 공상과학(SF)물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