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나를 날리다 나의 테두리를 버리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 보자. 알에서 깨어나듯 나를 탈출하면 새로운 세계가 다가올 것이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자연과 골프코스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친자연적으로 조성된 강원도 A 골프장에서의 일이다.

옷을 갈아입는 라커룸에서 직원 호출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새로 바꿨다는 버튼 전자식 잠금장치가 고장 난 것이다. 필자 역시 문이 잠겨 직원을 호출했다. 60대 중반은 된 듯한 직원은 문을 열어 준 뒤 짜증 섞인 목소리로 “숫자 4개를 잘 눌러요. 대충 누르지 말고”라고 쏘아붙였다.

언짢은 기분으로 필드에 나와 핀 30m 공략을 위해 52도 웨지를 요구했다. 그런데 피칭웨지를 건네면서 “러닝 어프로치 하세요. 제 경험에 따르면 실수할 확률이 적어요”라고 퉁명스럽게 ‘지시’했다.

결과는 ‘뒤땅’이었고 더블보기로 마무리됐다. 그는 캐디생활 10년이 넘었다면서 가르치려고만 했고, 서비스는 입으로 다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점심 자리에서 지인에게 이야기하자 “매너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매너리즘이란 원래 미술 사조에서 나온 것으로,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라는 개념이다. 예술적 시각에서 보면 기법과 형식이 습관적으로 되풀이돼 독창성과 신선한 느낌을 잃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결국 우려먹기 식에 식상을 느껴 독자와 관객은 떠난다.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환경 바꾸기가 필요하다. 인간의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행한다. 가끔은 뇌에 자극을 줘야 한다.

아주 잠시 바뀐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허식적 변화’ ‘사이비 변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변화와 혁신이 뒤따를 때 성취감과 감격은 배가된다.

그 저변에 잠재돼 있는 내포된 역동성을 잘 활용해야 한다.

2012년 배상문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년 차의 혹독한 슬럼프에 빠졌고 그 누구도 모르게 고향인 대구로 돌아와 스윙과 마음을 변화시켰다. 그동안 잘나가던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자마자 첫 승을 거뒀다.

서원밸리 골프장에는 유명한 전 씨 3형제가 있다. 20년 동안 라커룸 실장과 버스 기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전 씨 3형제에게 매너리즘이란 없다. 오히려 20년간의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왔고 고객과는 가족처럼 지낸다. 심지어 어떤 회원은 자신의 가정사까지 상의하고 또 위로받는다. 변화하지 않고 머무르는 것은 가장 나쁘다. 누구나 생각이 바뀌면 필요한 인재, 인정받는 인재가 될 수 있다.

골프나 일상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항상 자신을 자극하고 되돌아보는 게 바람직스럽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