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재판서 증언
김기춘 “鄭부부와 통화한 적없어
김종이 착각하는게 아닌가 싶어”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블랙리스트 재판에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증인으로 나와 “2015년 초 무렵 김 전 실장이 ‘정윤회 처(최순실)는 잘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직접 “본 피고인은 최순실·정윤회 부부와 접촉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14일 김 전 실장과 조윤선(51) 전 문체부 장관의 26차 공판에 김 전 차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국회의 대정부질의 당시 최순실(61) 딸 정유라(21)에 대해 승마공주라는 문제가 제기된 것에 대해, 김 전 실장과 최 씨가 ‘국회 의혹 제기에 적극 대응하라’고 동시에 같은 내용을 지시했다”면서 “같은 시기에 여러 차례 연락이 와서 의아하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또 “언론에서 정윤회 문건이 보도된 2014년 말 이후 2015년 초쯤 김 전 실장이 체육개혁 면담 자리에서 승마 건 얘기를 하다 ‘정윤회 처는 잘 있나, 잘 아느냐’는 얘기를 했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가 “2015년 초면 최순실 씨가 언론에 알려지기 전인가요”라고 묻자 김 전 차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증인신문이 모두 끝난 뒤 “최순실·정윤회 부부와 통화든 면담이든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며, 정유라도 이번 사건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이름을 알았다. 증인에게 ‘정윤회 처는 잘 있냐’는 말을 한 적도 없는데, 증인이 뭔가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직접 변론에 나섰다. 또 김 전 실장이 정유라 승마공주 의혹 제기 당시 직접 연락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국회나 언론에서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면 대통령을 보좌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해당 부처 등에 오해가 없도록 해명을 잘하라고 지시를 내린다”고 반박했다. 이날 김 전 차관은 김 전 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혐의에 관해서는 “2016년 1월 최 씨에게서 ‘박민권 당시 문체부 제1차관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한번 알아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