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전수안 前대법관 물망
이정미 前 헌법재판관도 포함

여성 대법원장 탄생 무산 땐
박시환 등 진보성향 인사 유력

이상훈(61·사법연수원 10기)·박병대(60·12기)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이 누가 되는지를 보면 차기 대법원장을 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대법관 인선에서 여성 대법관이 임명되지 않으면, 오는 9월 사상 최초로 여성 대법원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이은 대법관·대법원장 ‘물갈이 인사’를 통해 검찰에 이어 사법부 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9월 예정된 새 대법원장 임명을 고려해 두 명의 대법관 인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대법관 후보 제청권한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있지만, 양 대법원장이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의중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양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논란에 휩싸여 있어 제청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이날 복수의 대법관 후보군을 양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면 문 대통령은 이 중 2명을 임명하게 된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2명의 대법관을 뽑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상은 ‘큰 그림’에 따라 대법원장까지 함께 뽑는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여성 대법원장이 탄생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벌써 법원 안팎에서는 역대 대법관 중 진보적인 판결로 신뢰를 얻었던 ‘독수리 5형제(김영란·이홍훈·박시환·김지형·전수안)’ 중 여성인 김영란(60·10기)·전수안(65·8기) 전 대법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이끈 이정미(54·16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특히 이번 대법관 인선에서 여성이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한다면, 여성 대법원장 탄생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헌재소장에 남성인 김이수(64·9기) 후보자가 지명된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진보 성향의 박시환(64·12기) 전 대법관도 유력한 대법원장 카드다. 법원 내 신망이 두텁고, 조직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이 나온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지난 5월 자신의 SNS에 박 전 대법관을 대법원장으로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역임한 김선수(56·17기) 변호사도 대법원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대법관 후보로도 추천이 됐는데 문 대통령이 ‘김선수 대법원장’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법개혁비서관을 맡은 바 있다.

‘조직 안정’을 위해 엘리트 판사 출신이 대법원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경우, 박병대·이상훈 전 대법관 등이 후보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정권과 코드가 맞는 진보 성향의 인사를 중용해 법조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대법원장에도 진보 색채가 뚜렷한 인사가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