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임명강행 규탄” 자유한국당 정우택(왼쪽 세 번째)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당 소속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김상조 임명강행’ 정국 급랭

강경화 임명도 확실시되자
野3당 “더이상 협치는 없다”
“소통이 아닌 쇼통” 등 반발

野 “안건 연계 없다” 했지만
처리 과정서 진통은 불가피

문재인 정부 출범 35일 만인 14일, 1기 내각 인선과 임명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야당이 극단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전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한 데 이어 야 3당이 반대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조만간 임명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야당은 “더 이상 협치는 없다”고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 헌정사상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무산 가능성 등 암울한 정국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이날 청와대와 문 대통령을 향해 ‘위장 협치쇼’ ‘소통이 아닌 쇼통’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등과 같은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 임명으로 촉발됐지만 강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기류가 확인되면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을 통해 청와대가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응 수위도 높아졌다. 민주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부 장관 임명을 늦출 수 없다”고 밝히는 등 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일방통행식 독선에 맞서 제1야당으로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고,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무능과 무지를 드러낸 강 후보자는 안 된다는 결론이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임명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던 국민의당 또한 강 후보자 임명 시 “강한 야당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야 3당의 공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강 후보자 임명 다음이다. 야당은 추경안이나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강 후보자와 연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곳곳에서 연계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야 3당은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 “강 후보자 임명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고, 전날 정부의 일자리 추경에 대해서는 이미 반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두 안건 모두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120석의 민주당만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추경안 자체만 해도 정부는 공무원 증원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야 3당은 “세금으로 공무원을 증원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줄 수 없다”며 불가 방침을 확실히 밝혀 심사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하다. 국회가 공회전을 거듭할 경우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물러난 뒤 130여 일 동안 이어진 헌재소장 공백 상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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