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견 표출
역대 양국 진보·보수정권 갈등

역대 정부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대부분 한·미 동맹을 다지는 초석의 역할을 했지만 위기의 순간도 적지 않았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놓고 미국과 빚던 갈등이 정상회담에서 표출되기도 했다.

햇볕 정책을 폈던 김 전 대통령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은 두 정상 간의 갈등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3월 김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 “나는 북한이 세계에 각종 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도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퇴짜”라고 전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미국 조야의 인사들로부터 ‘괴상한’ ‘정신 나간’ 같은 평가를 받을 만큼 예측 불가의 인물로 여겨졌는데 이는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갈등의 결과였다. 2005년 11월 경주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에게 한국전쟁 종전과 평화 협정에 보다 분명한 입장을 표시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공동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에게 입장 표시를 또다시 요구했고 이후 한·미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주한 미국대사였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는 퇴임 뒤 한미경제연구소(KEI) 강연에서 “2005년 경주에서 열린 정상회담은 최악의 순간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진보 성격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초기에 대북 정책을 놓고 충돌하는 듯했으나 정상회담 이후 최상의 관계를 유지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