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자주 국회를 찾아 여야 정치권의 협력을 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역대 대통령들이 초기에 그런 약속을 하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과 비교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더 확고해 보여 일단 다행이다. 그런데 이런 형식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실질적 협치(協治)를 이뤄내는 일이다. 문 대통령의 12일 오후 ‘일자리 추경’ 국회 연설과 지난 주말의 장·차관급 인사(人事)는 이런 성과로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게 한다. 야당 측은 ‘흠결 인사’에 이어 본격적인 코드·보은 인사가 시작됐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또 추경에 대해서도 정당성과 실효성을 엄밀히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취임 1개월을 넘긴 문 대통령은 이제 막 첫 번째 관문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11일 발표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총리 등 5명의 장관 지명자 인선을 보면, 문 대통령이 공약한 ‘공직 배제 5대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에 더해 대탕평·통합 대신‘코드·보은 인사’가 되살아나고 있다. 모두 선거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지명자는 위장전입,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자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전임 정부에서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 지명 당시 “청문회 대상조차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범죄행위’라고까지 비난했었다. 문 대통령은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지명된 장관 후보 11명 중 9명이 선거 공신이다. 특히, 환경부 장·차관은 모두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식에서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며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이번 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訪美)에 야당 의원들의 동행도 제안했다. 올바른 접근법이다. 그러나 진정한 협치의 실현은 ‘떡 하나 주기’식의 시혜가 아니라 실질적 양보가 있을 때 가능하다. ‘내가 하면 옳으니 따르라’는 식의 독선, 야당 시절 말을 정반대로 뒤집는 이중 행태는 곤란하다. 도덕성도 자질과 역량도 ‘부적격’ 판단을 받고 있는 장관 후보들까지 감싸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고 해서 국민이 이런 행태까지 용인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