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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교수 경영학

우리 사회는 지금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마주하고 있다. 사회 안정성마저 위협하는 수준이다. 새 정부는 일자리 공약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하고 131만 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나가고 있다. 발 빠른 고용과 소득 증대 노력은 반길 일이나, 공공 부문 일자리를 앞세우니 걱정이 앞선다. 일자리 부족과 노동시장 간의 격차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다 보면 파생될 부작용도 염려스럽다.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과 민간 부문이 투자 기회를 포착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어지는 소득 증대는 민간 수요를 창출해 다시 투자 기회가 만들어지는 선순환을 이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일자리 만들기가 급선무라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영역에 집중해서 규제를 없애면 된다. 기업과 민간 부문이 확장하면 자연스럽게 지원 업무나 시장의 수익성이 낮은 공공 부문에서도 일자리가 생긴다.

안타깝게도 규제 완화라는 선택지는 재벌 개혁과 격차 해소라는 명분에 눌려 정책 순위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다. 근로 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 제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은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정책이다.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인 청년고용 할당제, 세금과 고용 강제, 임금과 인사 문제의 직접 개입은 비자발적이어서 지속성이 떨어진다. 정부 지원금에 의한 유인은 세금을 늘려 기업과 민간 부문에 부담을 준다. 악화한 비용 구조가 한계점에 이른 기업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해외로 옮길 것이고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영세 업체는 주저앉을 것이다.

장년층 고용을 강제한 정년연장법에 기업들이 신규 채용 축소로 대응해 청년실업이 악화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소득은 취업이 더 어려워진 미취업자와 영세 업체의 희생으로 이룬 것이다.

기업과 민간 부문을 강압한 일자리 만들기의 한계를 아는 듯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공공 부문으로 기울고 있다. 국회에 제출한 11조2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도 81만 개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정부는 공공 일자리 경험으로 청년 취업의 디딤돌이 되도록 하는 사업을 펼쳐 왔다.

그러나 공공 일자리에서 민간 일자리로 옮겨 가기는 쉽지 않다. 최근 한국노동경제학회는, 2012년 기준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사업이 고용을 유지하는 기간은 사업 유형별로 136~272일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직접 일자리는 고용 유지 기간이 179일에 불과했으며, 사업 참여 이후 재취업 소요 기간은 269일이나 걸렸다.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의 평균 취업잠재력은 모든 사업 유형에서 일반인보다 낮았으며, 직접 일자리 참가자의 취업 잠재력은 그중 가장 낮았다. 참여자들이 사업에 반복 참여하지만, 일반 일자리를 찾은 비율은 7.9%에 불과해 일반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지 못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어 임금과 소득으로 내수 진작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일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복지정책에 가까운 공공 부문 일자리는 결국 기업과 민간의 부담으로 돌아가 경제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수요 측면만 바라본 공공 부문 일자리 만들기의 한계를 인정하고 공급 측면으로 한 발 다가서야 한다. 기업과 민간 주도의 혁신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생명, 안전과 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과감한 규제 혁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