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에 대한 7일 인사청문회는 후보의 경제철학을 파악할 수 있는 ‘청문회다운 청문회’였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 방향과 결이 다른 소신(所信)을 피력했다. 그는 “소득 주도 성장도 난제를 푸는 중요 채널이지만 궁극적 접근은 혁신성장”이라고 했다. “새 정부의 핵심 국정철학인 소득 주도 성장이 성공하려면 구조개혁, 생산성과 관련한 혁신성장이 받쳐져야 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기업 청부법’이라고 반대했던 규제프리존특별법에 대해서도 “대기업 특혜가 아니다”고 했다. “경제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신념이 오롯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뿐 아니다.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대해선 비정규직이 필요한 영역이 있다고 했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법인세율 인상과 부자 증세 등이 필요하다는 여당 주장에 대해 “경제 활력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서도 “내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연기론을 일축했다.

당연한 경제논리인 그의 이런 소신이 돋보이는 건 문 정부가 최근 쏟아내는 경제정책들이 ‘노조·시민단체 중시(重視), 기업 경시(輕視)’ 일색이기 때문이다. 문 정부의 ‘1호 업무지시’인 일자리 정책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역량을 극대화할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안 등은 외면한 채 재정에 큰 짐이 될 정부발(發) 일자리를 양산할 궁리만 하니 큰일이다. 당장 일자리의 양을 늘려야 할 판에 상대적으로 손쉬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만 골몰하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재계에는 호통까지 치고 있으니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김 후보는 취임하게 되면 청문회에서 밝힌 소신을 정책으로 구현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경제 발목을 잡는 구조적 난제인 저성장, 저출산, 청년실업 등을 풀어나갈 정도(正道)이기 때문이다. 고통이 따르는 구조개혁이나 규제 완화는 소홀히한 채 당장 달콤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면 나라가 어디로 갈지 김 후보는 더 잘 알지 않는가. 물론 진보학자와 진보 시민단체 인사들로 포진된 청와대를 상대로 소신을 펴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게다. 그렇더라도 사표를 늘 품고 다니는 독한 각오로 경제정책의 균형을 잡는 조타수 역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 그래야 국가도 살고, 국민도 살고, 김 후보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