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인사청문회·추경·사드…
원내5당 예측불허 數싸움 전망

여소야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문재인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내렸다 하면서 원내 5당 간에 예측불허의 수(數)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때 문재인 정부의 손을 들어줬던 국민의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불가’ 방침을 정했다. 향후 추가로 이어질 장관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 등 각종 현안이 전례 없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통해 결론 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민의당은 8일 오전 의원총회를 통해 강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당내 방침을 정했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선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에 동의하기로 결론 냈지만, 강 후보자에 대한 판단은 정반대였다. 강 후보자가 도덕적 흠결뿐 아니라 북한 핵 위기 등 긴박한 외교·안보 현안을 다룰 만한 정책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당의 이 같은 방침은 강·김 후보자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 세 후보자를 ‘부적격 3종 세트’로 규정한 자유한국당과는 차별화된다. 사안별로 협조할 건 하되 야당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호남 여론과 강한 야당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당위론 사이에서 고도의 줄타기를 해야 하는 국민의당의 처지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18년 6·13 지방선거 성적표가 당의 존폐를 좌우하는 국민의당으로서는 지역 기반인 호남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대선 전 아침마다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며 ‘문모닝’이라는 비판을 얻었던 박지원 전 대표가 현 정부 인사와 정책에 잇단 호평을 하고 있는 것도 내년 지방선거 후 당의 진로를 의식한 처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범 보수진영 대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이루는 범 진보진영에 무게를 실어주면 국회 균형추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면 마냥 정부 여당에 협조했다가는 ‘2중대’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당의 고민이다.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자리에 초점을 맞춘 추경안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이 대대적인 방향 선회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