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우선주의’ 행보로
中패권 억제 역할 포기 우려
亞 국가끼리 협력 강화 시도

亞안보회의 참석한 濠 총리
“더 이상 강대국에 의지 안해”

호주·인도·일본·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영토분쟁 및 안보에 대해 미국에 의지해왔던 기존의 전략에서 지역연대를 통한 비공식 동맹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 패권을 장악하려는 공세적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야심을 억누르는 ‘완충 역할’을 했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신고립주의 경향을 강하게 보이자 지역연대 방어체제의 플랜 B를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로이터통신은 “호주와 일본·인도·베트남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그들만의 협력과 논의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말콤 턴불 호주 총리는 지난 2∼4일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다자 안보회의인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 참석한 첫날 “더 이상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강대국에 의지할 수는 없다”며 “우리의 안보와 재산권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도 샹그릴라 대화에 특사를 파견하진 않았지만 아시아 지역과의 협력 증진에 매우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인도는 지난달 싱가포르와의 해상훈련 당시 4척의 배와 해상초계기 P-A 포세이돈을 급파했다”며 “인도의 유명한 군수업체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방해양방산전시회(IMDEX)에도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또 호주·뉴질랜드·영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는 지난 주말 동안 5개국 방어협정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동맹 움직임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잇달아 탈퇴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국제적 군사 및 안보 분야에 있어서 지도적 국가라는 전통적 역할을 접고 폐쇄적인 자국 우선주의로 나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또 미·중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높게 평가한 것은 중국의 아시아 관련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의식한 듯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방관은 샹그릴라 대화에서 “아시아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이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화에 반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아시아의 한 군 관계자는 “매티스 국방장관과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 사령관을 믿지만 그 위에 누가 있냐”고 반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두 사람 사이의) 신뢰 격차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편 군사과학원 부원장을 샹그릴라대화 대표로 보낸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비공식 동맹체제 움직임에 대해 “동맹을 이용해 중국을 감시하는 것은 냉전시대적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