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페루 리마의 마리오 테스티노 미술관(MATE, Museo Mario Testino). 2012년 사진작가 마리오 테스티노가 설립한 미술관으로 페루의 현대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유진갤러리 제공
“단색화 보려해도 볼 곳 없어”
현지 갤러리 수요 크게 늘어
“작품전 개최·아트페어 참가…
美 ·유럽 벗어나 교류 확대를”
이미지 크게보기 정유진(왼쪽) 유진갤러리 대표가 페루의 한 아트 관련 TV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의 미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한국 작가들의 해외 미술시장 진출은 홍콩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과 미국, 유럽 등에 국한돼 있었다. ‘미술 한류’를 거론하기에 아직 미진한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브라질, 페루,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의 미술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한국미술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페루 등 남미 미술시장을 돌아보고 온 정유진 유진갤러리 대표는 “평면 위에 이끼를 표현하는 양종용 작가의 작품 6점이 페루의 현장 컬렉터들과의 모임에서 곧바로 다 팔려나갔다”며 “한국 작가들에 대한 현지 수요가 높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참가한 현지 갤러리 관계자들 모임에서 ‘아이케이 프로젝트(IK Projects)’갤러리의 일란 카르피오(Ilan Karpio) 대표는 “김환기, 백남준, 이우환 등 한국작가들의 작품이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으며, 박서보 등의 단색화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림을 볼 곳이 없다”며 “한국 작가들의 현지 작품전 개최나 아트페어 참가 등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현대미술에서 남미는 폭발하는 생명력과 강렬한 열정이 가미된 작품으로 미술 애호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의 Arte BA, 베네수엘라의 FIA, 콜롬비아의 Arte BO, 멕시코의 MACO, 푸에르토리코의 CIRCA, 브라질의 SP-Arte 등의 아트페어에는 국제적인 미술계 큰손들의 방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콜롬비아의 페르난도 보테로, 멕시코의 디에고 리베라, 코스타리카의 막스 히메네스 우에테 등이 세계적인 작가로 도약한 것도 그 같은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무관치 않다.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유명한 페루의 에르난 파조스(Hernan pazos), 잉카 조각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라파엘 란프랑코(Rafael Lanfranco) 등의 현대 작가들은 휘트니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품 소장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작가다.
정 대표는 “갤러리와 컬렉터, 뮤지엄 등의 상호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한국 작가들이 현지의 좋은 갤러리나 작가들과 연결되면 남미에서도 훌륭히 자리잡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열린 ‘미술 한류’ 포럼에서의 제언도 눈길을 끈다. 이광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한류세미나에서 “해외교류전의 대상국이 주로 미국과 유럽이었으나 교류대상국을 아시아, 중동, 남미 등 한류가 퍼져 있는 개발도상국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한국 미술의 남미 시장 진출이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니다. 우선 거리가 멀어 심리적으로 국내 갤러리 운영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지역이다. 실제로 직항로도 드물어 작품 운송이 일단 어렵다. 배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적도를 통과하기 때문에 작품 훼손이 우려된다. 한국화랑협회의 한 관계자는 “사실 거리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미 컬렉터들의 관심사항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진출을 못하고 있는 만큼, 좀더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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