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34) 씨에게 2일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지난해 10월 지인인 박모(38) 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필리핀 현지에서 한인 3명을 살해한 김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사람의 생명은 존엄하며 인간 존재의 근원이고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이 안 돼 어떤 상황에도 지켜져야 할 가치이므로 생명을 빼앗는 살인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8월 국내에서 150억 원대 유사수신 범행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필리핀으로 도피했고, 현지에서 만난 박 씨의 도움으로 은신처를 얻어 생활했었다. 이들은 박 씨의 제안으로 그가 운영하던 카지노에 3000만 필리핀 페소(약 7억2000만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씨가 투자금을 가로챌 마음에 입장이 돌변했고 이들을 살해할 목적으로 한국에 있던 지인인 김 씨를 필리핀으로 불러들였다. 한국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하던 김 씨는 박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 씨와 박 씨는 지난해 10월 피해자 세 사람이 잠든 사이 포장용 테이프로 이들을 결박하고 미리 보아둔 사탕수수밭으로 데려가 권총으로 쏴 살해했다. 범행 후 박 씨는 카지노에서 피해자들의 투자금 7억2000만 원을 인출해 챙기기까지 했다. 이후 김 씨는 피해자들의 시신이 살해 당일 발견되자 같은 달 13일 귀국했다가 6일 만에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김 씨와 공모 관계인 박 씨는 지난해 11월 11일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40∼50대의 한국인 3명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주 용의자로 현지에서 체포돼 한국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