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뿌리 깊은 중국에서 정부 주도로 자선법을 통과시키고 공익 관련 활동을 장려하면서 중국 사회에도 국가 주도의 자선 시스템이 마련됐다. 세계적인 부자들은 넘쳐나도 세계적인 기부자는 탄생하지 못하는 중국에서 정부 주도의 공익 활동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월 31일 중국 런민르바오(人民日報) 등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北京)사범대 중국공익연구원은 ‘중국 자선법 원년 실시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016년 9월 1일 자선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자선법 원년’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보고서는 자선법 공표 후 전국에 500개 자선기관이 등록·인증됐고, 113개 기구가 공개 모금 자격을 얻었다고 밝혔다. 민정부(행정자치부에 해당)는 첫 인터넷 공개 모금 정보플랫폼을 13곳 선정했으며 전국적으로 21개의 자선신탁기구가 등록을 마쳤다.

또 자선법 통과 이후 중국에서는 근래에 ‘공익’의 이름을 내건 이벤트와 사업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자생적 공익 기구들은 대부분 먼저 중국에서 활동해 온 대만 혹은 해외 주도의 공익 단체들을 보고 배우며 운용을 시작하는 초보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자선법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며 부(富)를 일궜지만 여전히 빈부 격차가 크다는 점과 이로 인한 사회 통합의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중국 정부의 인식에서 탄생했다. 중국 중산층과 젊은층의 자원봉사와 사회공헌 등에 대한 생각이 점차 바뀌고 있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홍십자회(적십자회) 유용사건 등 신뢰하기 어려운 기존의 기부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높아진 점도 배경이 됐다.

이 법에서 자선 활동은 기금, 사회단체, 사회 서비스 기구 등의 비영리 기구가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척박한 기부 문화를 바꾸기 위해 자선 조직에 대한 세금 우대 방안 등 ‘당근’을 제시하는 한편 활동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면 퇴출시키도록 했다.

반면 이처럼 ‘국가의 엄격한 통제하에 기부 및 자선 활동을 장려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해외 비정부기구(NGO)들의 활동은 위축되고 있다. 올해부터 중국 내 모든 해외 NGO들은 중국 정부에 등록해야 하므로 규모, 직원 고용, 재정, 활동 내역 등 모든 것이 중국 정부의 엄격한 감시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