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70세 노인의 온라인 쇼핑몰 인턴 근무 스토리를 담은 영화 ‘인턴’의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

연금 고갈 기후변화 위기 수준
WEF “은퇴 연령 재검토해야”

“당신이 원치 않는다 하더라도 7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다가오는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이렇게 전망한 보고서를 내놨다. 미래에 수명과 함께 늘어난 노인 인구를 감당하려면 은퇴연령을 늦추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선 60세에 퇴직해도 40년을 더 버텨야 하니 나오는 얘기다. WEF가 그리는 미래는 생각보다 암울하다.

세계 주요국의 경우만 추려도 2050년이 되면 연금부족액 규모가 400조 달러(약 45경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영국·네덜란드·일본·캐나다·호주 등 6개국에 세계 최대 인구대국으로 꼽히는 중국과 인도를 포함해 추산한 수치다. WEF는 ‘연금 위기’가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당면할 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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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위기를 피하기 위해 WEF가 최우선으로 제안하는 대처 방안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은퇴연령을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반드시 정규직 형태가 아니라 하더라도 은퇴연령을 늦추면 연기금 규모가 커질 뿐만 아니라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시민들이 현실을 직시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부터 아이들에게 은퇴와 관련된 재정 교육을 확대하고, 국가 차원에서 금융 지식에 취약한 시민들을 교육할 것을 추천했다. 국가는 연금 데이터를 취합해 표준화한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급박한 어조로 얘기하는 WEF의 보고서와 달리 국내 분위기는 비교적 침착하다. 지난 대선에서 각 정당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초연금 인상을 내세웠지만 장기적인 비전에서 노후소득 보장 체계 점검을 강력하게 주장한 경우는 드물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인 데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매년 나오지만 표심을 고려한 근시안적 대책을 내놓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은퇴연령을 늦추는 문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연금 문제뿐만 아니라 일자리 부족, 노동시장 유연성 등 이슈와 얽혀 각계각층이 민감하게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앞에 직면한 연금 시한폭탄을 외면할 수는 없다. 세계가 미래의 노인정책에 당장 주목하라고 조언할 때, 우리도 하루빨리 현실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