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목타는 농심 31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 고풍리에서 한 농민이 봄 가뭄으로 바닥이 갈라진 논에 물을 대는 살수차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현지주민 “물부족 현실 외면”
환경단체 “완전개방·철거를”
녹조 해소 효과 놓고도 논란

1일 4대강 16개 보(洑) 가운데 6개 보가 상시 개방됐지만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되레 갈등과 논란만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의 물을 이용해 왔던 현지 농민과 외지 환경단체의 대립은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보 개방에 따른 녹조 발생 예방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4대강을 끼고 있는 주민들은 홍수 피해 예방과 가뭄 해소를 위해 보 개방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보 개방을 환영하면서도 녹조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완전 개방이나 보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국 16개 보 가운데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있는 6개 보가 이날 오후 2시 일제히 개방됐다. 낙동강 강정고령보와 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에서 초당 최대 75∼400t을 방류했으며 10∼65시간 정도 지나면 각 보마다 정부가 정한 수위에 도달한다. 이에 대해 일부 농민들은 환경단체의 목소리에 정부가 휘둘려 보 개방 논란을 낳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공주보 주변 공주시 소학동의 한 농민은 “농민들의 목숨과 직결된 물 문제를 두고 물정도 모르는 환경단체의 목소리에 정부가 휘둘려 장단을 맞춰서야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녕함안보 상류에 살고 있는 김양수(65·창녕군 도천면 우강리) 씨는 “보 개방이나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은 환경단체나 부산·대구 등 도시 사람”이라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환경단체는 정부의 조치가 미흡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전에도 펄스 방류를 수차례 하거나 일시적으로 보 개방을 했지만 수질 개선에 큰 효과가 없었다”며 “수위를 낮추는 것으로는 녹조 해결 대안이 될 수 없어 보 완전 개방 또는 보를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환경단체가 문제 삼는 녹조는 매년 여름철만 되면 전국 상수원에도 크게 번성하는데 4대강에 매달리는 것은 4대강 사업 자체의 효과나 찬반을 떠나 정치화되고, 진영 논리화됐다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보 상시 개방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 전공 교수는 “보 수위를 약간 조절한 방류로는 녹조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 녹조 문제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치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로 논의한 뒤 근본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을 줄곧 반대해온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이번 정부의 4대강 보 상시 개방은 환영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정부의 보 개방은 약한 정도가 아니라 연다고 폼만 잡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박천학·공주=김창희 기자 kobbla@munhwa.com
창녕=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