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1일 당정협의에서 11조 원 규모의 ‘일자리 창출용(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주 만이다. 전체 추경(追更) 중 직·간접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 쓰일 예산은 6조 원대라고 한다. 일자리용 추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당·정은 공무원 1만2000명 채용을 포함해 8만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 이행을 위한 신호탄인 셈이다.

하지만 그 내역을 보면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정은 추경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와 세계잉여금만으로 마련하겠다고 거듭 강조한다. 추경 편성에 따른 국민부담 비판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무원 채용에 쓰일 추경은 그 정도의 해명으로 간단히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이들에게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 간 혈세(血稅)를 쏟아부어야 할 만큼 국가 재정 운용에 큰 짐이 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퇴직 이후 지급해야 하는 연금까지도 모두 국가 예산 몫이다. 추경 편성이 현행법에 합당한지도 논란거리다. 국가재정법은 그 요건을 전쟁, 자연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 등으로 제한한다. 공무원 인력 충원은 추경 요건이 분명 아니다. 글로벌 경기 호조세 덕분이긴 하지만 경기가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 추경을 편성하면 물가를 자극해 경제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추경 편성은 문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는 점에서 일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후폭풍도 예상되는 만큼 용처와 집행 방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수십 년 간 국민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충당해야 할 공무원 채용용 투입에는 더 엄격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추경 편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차제에 문 정부가 명심해야 할 금언(金言)이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정부 아닌 기업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여당이 이번 추경안에 반대하는 야당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선 기업 일자리 창출의 보고(寶庫)인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 통과에도 협조해야 마땅하다. 진정한 협치(協治)를 하려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만큼 상대방에게도 ‘관용과 양보’를 베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