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새 정부 정책의 큰 방향과 국정 로드맵을 정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그 산하에 국민 누구든 인수위원이 돼 정책을 제안할 수 있게 ‘국민인수위원회’를 둔 것도 같은 배경이다. 그런 국정기획위의 위원장이 스스로 출범 초부터 민의(民意)에 역행하는 법 개정을 시도하려 해 그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김진표 위원장은 28일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하면 )각종 갈등과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에 대한 철회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2015년 12월 종교인 과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년간 유예 기간까지 줬는데 준비가 안 됐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더욱이 이 문제는 50년 가까이 시행이 지연돼오다 어렵사리 사회적 합의에 이른 사안이다. 김 위원장의 판단에 사심(私心)이 개입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모 교회 장로이면서 더불어민주당 기독신우회 회장직도 맡고 있는 그는 종교인 과세를 2020년으로 2년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만들어 현재 의원서명을 받고 있다. 문 정부 ‘실세(實勢)’의 의지가 이 정도니 종교인 과세는 또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종교인 과세는 ‘국민개세(皆稅)주의’나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진작 실행됐어야 할 정책이다. 공정·형평 과세 등 세입 개혁을 내건 문 정부에선 더욱 그렇다. 천주교 사제들은 20년 넘게 소득세를 자진 납부 중이다. 불교계도 과세에 긍정적이고, 일부 개신교 대형교회도 자발적 납세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법에 따라 7개월 후 도입될 종교인 과세를 문 정부가 거둔다면 진보정부가 반개혁적·반민주적 행위를 하는 격이다. ‘종교인 과세 철회’는 당장 철회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