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24일 국회에 제출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 요청서에 따르면, 적임자라는 ‘1호 근거’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서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헌재는 2014년 12월 19일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인용 8, 기각 1명의 압도적 의견으로 해산을 결정했는데, 유일한 반대가 김 헌재소장 후보였다. 통진당 해산에 대해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헌재가 최종적이고 번복될 수 없는 헌법 해석 기관임을 고려할 때 국민 다양성을 반영하는 구성이 필요하고, 당연히 소수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소수 의견이 사회 진보의 기수처럼 칭송 받고, 다수 의견은 구체제와 기득권 고수인 양 비판 받아서는 안 된다. 특히, 대한민국 체제 수호와 직접 관련된 경우엔 더욱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김 후보를 지명하면서 “헌법수호와 인권 보호 의지가 확고할 뿐만 아니라 그간 공권력 견제나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소수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왔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지속적 소수 의견’이 재판관 1명을 넘어 헌재 수장(首長)의 자질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그런데 이번 요청서를 보면 청와대의 헌법관(觀)이 기존의 헌법 해석을 과도하게 흔들거나, 급속히 뒤집겠다는 식으로 빗나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김 후보의 의견 9건을 대표적 사례로 적시했다. 2호 근거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근거인 교원노조법 조항에 위헌 의견을 낸 것이다. 물론 국가보안법의 회합·통신·편의제공 조항에 합헌 의견을 낸 것도 있다.

국회는 김 후보 개인 문제를 넘어 청와대의 헌법관까지 살펴볼 책무가 있다. 헌법 수호와 국가 보위는 대통령의 원초적 책무다. 그런데 헌재소장의 요건이 김 후보의 ‘소수 의견’이라면 기존의 헌법 해석 기조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에서 이런 부분을 엄중히 따져야 한다. 김 후보에 대한 표결은 청와대 헌법 인식에 대한 심판 의미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