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FTA 등 예로 들며 역설
여론·정치적 상황에 민감 반응
수석·보좌관회의 위상 커질 듯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정무적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향후 정책 결정과 추진 과정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청와대와 정치권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여론 및 정치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처음으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사례로 들며 정무적 판단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도 안보 관련 사안들은 안보라인 쪽에서만 논의되고, 정책 사안은 정책(라인)에서만 논의돼 칸막이가 쳐진다”며 “과거 이라크 파병은 대단히 정무적 사안인데 상당 기간 안보실에서만 논의되다 여론의 비판을 받으니까 비로소 정무(라인)도 논의에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FTA는 정책실 차원에서만 오랫동안 논의되다 문제가 된 이후에야 비로소 정무(라인)까지 논의에 참여했다”며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 싶은 사안들은 정무(라인)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파병동의안과 한·미 FTA 비준안은 과거 정부에서 여야의 격렬한 진통 끝에 국회 비준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정무라인이 논의에 좀 더 일찍 참여하면 국회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사안을 안보나 정책 파트에서만 다룰 경우 일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정무 분야를 중시하고 나선 것은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으로 해석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이라며 “개혁도 문재인의 신념이나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원하기 때문에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정무적 판단이 중시됨에 따라 문 대통령이 주 2회(월·목)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전 결론은 배제한 채 격의 없는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회의에 비서관들도 배석해 언제든 발언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정무적 판단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