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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들, 섬 등의 이름을 ‘땅 이름(地名)’이라 한다. 땅 이름은 어떤 근거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그 근거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울릉도 동남쪽에 있는 ‘독도(獨島)’는 어떠한가? 이 섬이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기에 ‘홀로 獨’자를 써서 ‘獨島’라 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외롭게 떠 있다는 점이 명명(命名)의 근거가 된 것은 아니다.

울릉도 주민들은 ‘독섬’이라는 고유어 이름에 익숙하다. ‘독섬’의 ‘독’은 ‘石’의 뜻이어서 ‘돌로 된 섬’이라는 뜻이 된다. 지금도 전남과 경남 일부 지역에서는 ‘돌’을 ‘독’이라 하고, ‘돌로 된 섬’을 ‘독섬’이라 부르고 있다. 일설에 조선조 말 울릉도로 이주한 호남 사람들이 울릉도와 인접한 돌로 된 이 섬을 자기 지역 말로 ‘독섬’이라 불렀다고 한다.

‘獨島’는 ‘독섬’을 한자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차적인 지명이다. ‘독’이 ‘石’을 뜻한다는 걸 모른 채 그저 음이 같은 한자 ‘獨’을 대응해 ‘獨島’라 한 것이다. ‘獨島’는 1904년 문헌에 처음 보인다. 한편 ‘독’에 대한 어원 정보를 유지한 상태에서 ‘독섬’을 한자화하면 ‘石島’가 된다. ‘石島’가 대한제국 관보(1900)에 실려 있어 그 권위가 느껴진다. 이로 보면 적어도 20세기를 전후한 시기에는 ‘독섬, 石島, 獨島’가 함께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獨島’가 세력을 잡아 공식 명칭이 된 것이다.

‘독도’를 지시하는 일본말 ‘다케시마(竹島)’도 우리말 ‘독섬’에서 온 것으로 보는 국어학자가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다케시마’는 ‘대나무가 많다’는 점에 근거해 만들어진 일본 지명이기 때문이다. ‘다케시마’는 본래 ‘울릉도’를 가리키던 말인데, ‘울릉도’와 ‘독도’ 명칭에 혼선이 빚어진 결과 엉뚱하게 ‘독도’의 명칭이 된 것이다. ‘독도’의 본래 이름인 ‘마쓰시마(松島)’를 잃고 ‘울릉도’를 지시하는 ‘다케시마’를 ‘독도’에 갖다 붙인 꼴이니 궁여지책이다.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