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생명으로 생(生)이란 끊임없이 사랑하는 것이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과 나라, 우주까지도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이 완숙될 때 흔히 잘살아온 생이라고 말한다. 생명이 있는 한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며칠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장하나가 깜짝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지인은 “아니 지금 잘나가는데 왜 들어오느냐”며 아쉬워했다. 너무도 주관적인 의견이고, 모든 삶의 목적을 성공에만 맞추는 게 아닌가 라는 안타까움을 느껴 지인에게 되물었다. “골프의 궁극적인 목표가 좋은 성적일까?”라고. 지인은 “당연하지. 골프를 잘하면 돈을 벌고 명예도 얻고 존경을 받을 수 있는데”라고 답했다. 절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장하나의 고귀한 결정을 통해 지인의 말을 반박해 보려고 한다. 장하나는 올해 2월에도 LPGA투어에서 우승하는 등 잘나가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미국에서 통산 4승을 챙겼다. 그는 돈과 명예는 얻었지만 밀려오는 공허함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수천 번 자문했고 되뇌었다. 그래서 얻은 해답은 외로움에 지친 어머니가 계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고 또 존중하고 싶은 이유다.

2003년 닉 팔도는 미국프로골프(PGA)챔피언십을 앞두고 “메이저대회 연속 출장보다도 아내 출산이 더 특별한 일”이라며 불참했다. 팔도는 당시 65회 연속 메이저대회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2004년 박세리의 캐디 콜린 칸은 아내 출산을 이유로, 2009년 필 미켈슨은 아내의 암투병으로 역시 대회에 불참했다. 한때 세계랭킹 1위였던 제이슨 데이도 아내의 출산 때문에 대회에 불참했다. 너무도 당연한 결정인데 왜 많은 사람이 아쉬워하는 것일까. 다름 아닌, 지나친 물질숭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동안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을 삶의 목표로 여기고 지칠 줄 모르게 뛰었다. 오로지 탱크 정신만이 존중받아 왔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아내가 혼자 아이를 낳을 때도 대회에 출전해 승리하고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마틴 셀리그먼 교수는 “물질우선주의는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치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점에 비춰 경제적 성공은 행복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정의했다.

한때 골프장 CEO를 지냈던 A 사장이 SNS를 통해 성공을 위한 7가지 조건을 보내왔다. 새벽 기상, 플러스 사고, 시간 관리, 방대한 독서, 규칙적인 운동, 성공일기, 확고한 인맥이었다. A 사장에게 필자는 “나는 안 하겠다”는 답을 보냈다. 예전 시각이라면 이에 대해 목표의식과 도전의식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성공과 목표만이 우리 삶의 정답은 아니다. 성공과 목표를 향해 뛴 만큼 천천히 걸어가야 하는 시간도 분명 필요하다. 골프가 꼭 좋은 성적만을 위한 경기일까. 좋은 사람과 자연, 음식, 그리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골프가 주는 행복이 아닐는지.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