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약스에 2-0… 첫 유로파 정상
양팀 경기 前 1분간 참사 묵념
결승골 포그바 ‘애도 세리머니’
모리뉴 “맨체스터는 늘 하나다”

첼시, EPL 우승 퍼레이드 취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정상에 오르며 폭탄 테러로 충격에 빠진 영국 맨체스터 시민들의 아픔을 달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5일 오전(한국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프렌즈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전반 18분 터진 폴 포그바의 결승골과 후반 3분 나온 헨리크 미키타리안의 추가골로 아약스(네덜란드)를 2-0으로 제압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878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또 2015∼2016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한 단계 위인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결승전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사흘 전인 2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고지인 영국 맨체스터시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폭탄 테러로 22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양 팀 선수단은 경기에 앞서 중앙선 근처에 모여 1분간 묵념했고, 관중들은 침묵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은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모두 검은색 완장을 착용했다.

조제 모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서 결승전을 치르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맨체스터는 언제나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관중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구단 이름에 빗대 “우리는 맨체스터를 위해 단결(Unite)할 것이다” “테러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흔들며 응원했다.

경기장 바깥에선 일부 팬들이 이번 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이들은 험한 욕설을 섞어가며 “비겁한 IS는 엿 먹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추모 분위기는 경기 종료 뒤에도 계속됐다. 첫 골을 넣은 포그바는 오른손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지난 12일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풀이했다. 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은 승리를 거둔 뒤 라커룸에서 ‘맨체스터-단결의 도시(Manchester-A city united)’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사진을 촬영했고, 구단은 이를 공식 트위터에 올렸다. 보통 우승 뒤풀이로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포그바는 “나의 조국 프랑스도 영국처럼 테러를 경험했기에 아픔이 더했다”며 “우리는 결승전에 집중했고, 맨체스터와 잉글랜드를 위해 승리했다”고 말했다.

한편 라이벌 첼시 또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기념 퍼레이드를 취소하고, 오는 28일 열리는 아스널과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검은 완장을 찰 계획”이라며 추모에 동참했다. 첼시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초 30승 고지를 밟으며 완벽한 우승을 일궜고, 이를 기념해 대규모 축하 퍼레이드를 예고했었다.

또 첼시는 구단 차원에서 기금을 조성해 희생자들에게 기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