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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성 前 세종연구소장 한미안보연구회 이사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주가 지났다. 많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함께 발상을 전환한 많은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보복으로, 당시 이명박 정부가 선언했던 ‘5·24 대북 제재 조치’의 해제도 논제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5·24 대북(對北) 제재 조치의 해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시점에서 한국의 일방적인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는 국제적으로 특히, 한·미 관계에서 일파만파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까지도 합세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출범한 문 정부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남북 교역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 불허, 대북 지원 사업 원칙적 보류’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는 5·24 대북 제재 조치를 해제해선 안 된다. 국제적인 공조 아래 어렵게 쌓고 있는 방파제를 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허무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21일 북한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 2형’ 발사와 관련, 유엔에서는 격앙된 분위기 속에 더욱더 강한 대북 제재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국의 일방적인 5·24 제재 조치 해제 논의는 문 정부의 성격을 ‘북한과 공조하면서 국제적 공조를 거부하는 정권’ ‘한·미 동맹을 중시하지 않는 엇박자적인 행보를 취하는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한·미 공조 차원에서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둘째, 한국의 5·24 조치 해제는 문 정부가 중요한 통치 주제로 외치고 있는 ‘적폐청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주제에 어긋나는 조치다.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에서도 청산돼야 할 적폐들과 정상화할 분야가 많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하나의 적폐적 대북정책은 ‘한국 정부의 종북적인 대북정책’이다.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우리 해군 초계함(천안함)이 침몰해 해군 병사 40명 사망, 6명이 실종된 북한의 가공스러운 도발 행위 이후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참회와 향후 도발 중단을 강력히 요구한 징벌적 조치가 5·24 대북 제재였다.

그러나 이 조치에 대해 북한은 유엔 조사팀의 ‘북한의 소행이었다’는 조사 결과를 지금까지 한 번도 시인한 적 없을 뿐 아니라, 사과와 참회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각종 도발을 계속해 오고 있다. 북한은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5·24 대북 제재 해제’를 우리에게 강박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제재 해제를 거론하는 것은 지난날 잘못된 대북정책을 반성하고 수정할 줄 모르는 하나의 ‘적폐적 대북정책 부활’, 그리고 ‘비정상적인 남북관계의 정상화 포기’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문 정부의 일방적인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거론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오만함과 대남정책의 고압적인 자세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 북한의 질적인 변화 없는 5·24 대북 제재 해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북핵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지금 우리는 유엔과 미국 등 국제적 공조에 최선을 다하면서 대한민국의 생존권과 직결된 북핵 문제 해결에 몰두해야 하는 시기다. 5·24 대북 제재 조치에 담긴 내용은 현재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위한 내용과 완전히 일치한다. 이 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사실상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조치들에 정면 도전하는 것과 같다. 지금은 5·24 대북 제재 해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