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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AMG SLC 43’

국내시장에서 로드스터(roadster)는 낯선 차다. 일반적으로 로드스터는 지붕이 열리는 차 중 좌석 2개인 작은 차, 컨버터블(혹은 카브리올레)은 4개인 차를 뜻한다. 좌석이 2개밖에 없는 만큼 많은 짐을 실을 수 없다.

대신 작고 가벼운 만큼 민첩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데 제격이다. 올해로 탄생 21년째를 맞은 ‘더 뉴 메르세데스-AMG SLC 43’(SLC 43)은 로드스터의 이 같은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차 중 하나다.

SLC 43의 겉모습을 보면 일반 세단에 비해 길쭉한 보닛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크롬 핀으로 장식한 그릴, 측면 바이터보 문양, 살짝 치켜세운 스포일러 립 등으로 역동적 느낌을 더했다. SLC 43의 지붕은 시속 40㎞ 이하 속도에서 약 20초 만에 열고 닫힌다.

시동을 걸자 작은 체구와 달리 ‘바바방’ 하는 엔진음이 새어 나왔다. 컴퍼트 모드로 달린 시내 주행에서는 여느 세단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몸놀림이 이어졌지만 인적 드문 도로로 빠져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자 최고출력 357마력, 최대토크 53.1㎏.m의 3.0ℓ V6엔진이 내뿜는 괴물 같은 힘이 본색을 드러냈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눌러 밟자 고삐 풀린 말처럼 뛰쳐 달린다. 순간적으로 몸이 젖혀지며 바람을 가르는 고성능 오픈카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모습이었다.

SLC 43의 최대 장점은 차고 넘치는 엔진의 힘이 가벼운 차체와 만나 선보이는 민첩한 몸놀림이다. 고속에서 살짝 묵직해지는 스티어링 휠(운전대)을 돌리는 만큼 차체가 노면을 휘돌아 나가고 가감속도 훨씬 자유롭다. 탄탄한 차체 탓에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에서도 중심을 잃거나 휘청거리는 일 없이 마음대로 치달린다. 다만 딱딱한 스포츠 서스펜션(현가장치)은 과속방지턱 등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여과 없이 전달해 호불호가 갈릴 듯했다. SLC 43의 국내 판매가격은 8970만 원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