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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어르신들 위해 목욕봉사 활동
신곡 ‘이별 없는 부산 정거장’은 인기몰이

재작년 울산의 한 행사에서 가수 현숙 씨를 만난 신장열 울산 울주 군수는 이렇게 당부했다. “우리 지역 어르신들도 한 번 찾아달라.” 신 군수는 현숙 씨가 목욕 봉사를 직접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기억나서 이렇게 요청했던 것. 현숙 씨는 흔쾌히 “알겠다”고 답했다.

그 후 2년이 지난 22일, 현숙 씨는 이동 목욕 차량과 함께 울주군에 나타났다. 이 차량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목욕시킬 수 있는 것으로, 한 대 제작하는 데 4000만~5000만 원이 들어간다. 현숙 씨는 이 차량을 울주군 어르신들을 위해 기증했다.

이날 기증행사에서 신 군수는 “당시 현숙 씨가 목욕 차량을 기증한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고 생각지도 못했다. 단지 현숙 씨의 따뜻한 봉사를 직접 받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마음에서 부탁을 해봤는데‘통 크게’차량까지 기증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숙 씨는 “신 군수의 요청을 받을 때 바로 목욕 차량 기증을 결심했지만, 차량 제작에 시간이 걸려 2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이번에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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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목욕 차량 기증을 한 것은 이번이 14번째. 지난 2004년 고향인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울릉도, 경남 하동, 충남 청양, 강원도 정선, 경북 칠곡, 전남 장흥, 제주도, 충북 영동, 연평도, 전남 고흥, 전북 순창, 경북 청송에 이동식 목욕 차량을 기증하고 목욕봉사에 참여했다. 그동안 들어간 비용만 5억 원이 훌쩍 넘는다.

현숙 씨는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께 이동목욕 차량이 꼭 필요한 도움이라고 생각해 기부를 시작했는데 이번에 울주군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부모님 생전에 목욕을 시켜드릴 때 무척 좋아하셨는데, 목욕탕으로 이동할 때 이불을 칭칭 감고 거기에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감회에 젖었다.

그녀는 ‘효녀 가수’라는 별칭이 무척 부담스럽지만, 그에 걸맞게 행동하려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7년간 치매를 앓다가 1996년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14년간 중풍으로 투병하다가 2007년 별세했다. 그녀가 병석의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지금의 별칭을 얻었다.

그녀는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당연한데, 효녀라고 하니 부끄럽기만 하다”면서 “며칠 뒤 어머니의 기일인데 어머니가 하늘에서 보실 때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매일 씩씩하게 살려 한다”며 웃었다.

현숙 씨는 이날 울주군 내의 삼동면으로 이동해 거동이 불편한 유모(94) 할머니를 찾아 목욕봉사에 땀을 흘렸다. 그녀는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목욕 차량 기증을 한 후 바로 떠나지 않고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애써왔다. 전남 장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그녀의 익살스러운 소감을 듣고, 다음과 같은 시(詩)로 정리한 적이 있다.

늙어도 남자들은 거시기가 선다잖아,
그래서 조심조심 몸을 닦았지.
그래도 거기를 안 닦을 수는 없으니
이거 어쩌나
눈을 질끈 감고 할 수밖에.

이동 목욕차를 일곱 번째 기증하는 날,
장흥군의 환자 할아버지였어.
오랫동안 목욕을 못하셨다는데
몸집이 큰 분이라
시간이 많이 걸렸어.
일어설 수도, 말씀도 못하시는 분이라
아버지 생각이 절로 나서
정성껏 닦아 드렸지.

다행히 거시기가 일어나지 않은 채
목욕이 끝나
뒷정리를 하고 집을 나오려는데,
느닷없이 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소리치는 거야.
“핸숙아, 또 또…”

있는 힘껏 소리치는 그 말은
또 와 달라는 거잖아.
그러니,
생각해봐라,
내가 어떻게 또 안 가겠니.

- 벌떡 할아버지의 추억(가수 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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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 씨는 목욕차량 기증 외에도 지금껏 고향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소아암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수술비 등 다양한 선행을 펼쳤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고액을 기부해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도 됐다. 효녀 가수를 넘어서 국민 나눔 가수라고 불러야 할 상황이다.

그녀는 매년 신곡을 발표하며 가수 활동 역시 꾸준히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이별없는 부산 정거장’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노래는 남인수 선생의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변주한 작품.

‘현숙이와 아무개 씨는 러브스토리를 만들고／잘 있어 잘 가라는 인사도 없는 이별없는 부산정거장／현숙이와 아무개 씨는 울컥울컥 그리워했네／현숙이와 아무개 씨 우연히 만나 아직 혼자라는 스토리／이별없이 헤어졌다 다시 만난 곳 이별없는 부산정거장’.

노래 가사를 직접 쓴 현숙 씨는 “이별을 노래한 원곡과 달리 이번 노래는 해피엔드로 끝난다”며 “힘든 시기를 사는 분들께 희망을 주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