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정조준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22일 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감사 지시를 발표하면서 “후대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전전(前前) 정부의 국책사업까지 들춰내려는 것도, 이미 3차례 감사원이 나섰던 사안에 다시 칼날을 들이대는 것도 예사로운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감사’ 나아가 ‘정치보복’ 논란도 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모식 전날이란 시점도 묘하다.

4대강 사업은 22조 원을 투입해 16개 대형 보(洑) 등을 건설한 거국적 치수 프로젝트다. 이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완료를 목표로 드라이브를 걸면서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과속에 따른 부실과 담합 등 폐해도 드러났다. 그러나 연례행사였던 홍수·가뭄 피해는 확연히 줄일 수 있었다. 반면 담수(湛水)에 따른 수질 악화는 골칫거리로 남았다. 따라서 4대강은 공과(功過)가 공존하는 사업으로, 부족한 부분은 고쳐가면 될 일이지 전면 부정할 사안은 아니다. 민주당 소속이던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사업 초기부터 환영했고, 4대강에 반대 입장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도 가뭄에 직면하자 공주 보 등의 금강 물 끌어다 쓰는 쪽으로 돌아선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미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고, 그 수위도 비판이 아니라 ‘증오’라고 할 만큼 높았다. 지난 1월 출간된 ‘문재인이 답하다’ 책에는 “국토를 완전히 망쳐놨다”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사업” “고의가 개입된 오류라면 당국자와 부화뇌동한 전문가·지식인 책임도 물어야” 등의 표현이 곳곳에 나온다. 지난 4월 11일 부산에서는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 책임”도 공약했다. 공약집에는 ‘재(再)자연화 추진’도 있다. 현직 대통령의 입장이 이러니, 합리적(合理的) 감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반대로 야당이나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승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감사원은 정권 취향에 따라 180도 다른 결론을 낸 적이 있으니 더욱 그렇다. 4대강 사업은 이 전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된 만큼 큰 방향에서는 의혹이라고 할 것도 없다. 차라리 보완 방향을 검토하는 식의 미래지향적 접근을 하는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