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금괴 숨겨 밀수… 높은 국내 시세에 差益 노려

관세청, 4개 조직·51명 적발
200g짜리 ‘항문 은닉’ 수법
2년간 총 2345㎏ 금괴 밀수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시세가 높아진 점을 이용, 2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신체의 은밀한 부위에 2300㎏이 넘는 금괴를 숨겨 밀수해온 조직이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지금까지 덜미가 잡힌 금괴 밀수조직 중 최대 규모다.

관세청은 지난 3월부터 금괴 밀수조직에 대한 특별단속에 착수한 결과, 금괴 2345㎏(시가 1135억 원 상당)을 밀수출입한 4개 밀수조직, 51명을 적발해 J(여·55), K(53) 씨 등 6명을 관세법 위반으로 구속·고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운반책으로 암약한 45명도 검거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2015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일반 여행객으로 위장해 1개당 200g씩 둥근 깍두기 형태로 중국에서 특수제작한 금괴를 중국 옌타이(烟台)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매회 1인당 5~6개씩 모두 1만145개를 밀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문형금속탐지기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금괴를 포장하지 않고 항문에 은닉하는 수법을 써 세관 검사를 피했고, 항문에 장시간 숨길 수는 없자 주로 비행시간이 통상 1~2시간 안팎인 단거리 지역에서 밀수했다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중국에서 들여온 금괴는 똑같은 신체 은닉 수법을 이용해 지난해 3~9월에 일본 도쿄(東京)로 1595개가량을 밀수출하는 등 한·중·일 3국에서 금괴 밀수출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운반책으로 활동한 이들은 1회당 운반비로 30만~40만 원과 왕복 항공운임, 숙박비, 식비 등을 별도로 받았다. 또 금괴는 처음 중국의 한 호텔에서 전달받아 숨기고 곧바로 옌타이공항으로 이동해 귀국했으며 이후 세관의 미행과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항철도를 이용해 개별적으로 이동한 후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 모여 화장실에서 꺼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창령 관세청 조사총괄과장은 “금의 국내 시세가 국제시세를 웃돌아 금괴 밀수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해 특별단속을 벌였다”며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금괴 밀수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수사반을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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