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법외노조 철회” 조창익(오른쪽 일곱 번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행정지침·法개정 대상들
실제 실행까진 ‘산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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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주요 적폐 청산 대상에는 법률·시행령이나 행정지침(행정규칙)을 제·개정하거나 폐기해야 하는 사안들도 적지 않다. 이는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국무회의 의결이나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제 실행까지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재합법화다. 지난 2016년 서울고법이 현직 교사가 아닌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한 전교조를 교원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 전교조는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잃었다. 이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이 이어져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남아 있다. 대법원에서 서울고법 판결이 파기 환송돼야 전교조 합법화의 사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사법권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전교조 합법화는 현 정부로서는 한 번도 논의하거나 구체 협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과연봉제를 포함한 노동개혁 4대 행정지침 폐기도 공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을 내걸고 △취업규칙 지침 △쉬운 해고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단체협약 시정명령 등을 골자로 한 4대 행정지침을 내렸다. 문 대통령이 당선 이전부터 강조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를 위해서는 이 행정지침을 폐기해야 한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의 경우 이미 시행한 30여 곳의 공공기관 노조가 무효소송을 제기, 지난 18일 법원에서 “노동자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위법이므로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 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감독 강화도 행정지침을 건드려야 한다. 현재 최저임금 인상보다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이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의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용자가 ‘최저임금법은 안 지켜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많은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동안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감독 강화를 공약해 온 만큼, 청와대의 강력한 지시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근로감독의 역할을 강화하는 노동부의 강력한 행정지침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금지는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강력하게 추진하냐에 따라 법률 개정 사안이 될 수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미 국정원의 정치 개입 금지를 수차례 천명한 바 있다. 만약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는 수준까지 개혁 강도를 강화하려 한다면, 국가정보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개혁 정도에 따라 대부분의 사안을 시행령 개정 수준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실현 방법은 국정기획위를 통해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