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가수 싸이가 17일 경남 창원시 경남대학교에서 열린 축제 무대에 올라 자신의 히트곡을 열창하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강남스타일’ 이후 5년… 싸이를 둘러싼 3가지 오해

‘강남스타일’에 취해 있다? 한때는… 이젠 곡 만들기 열중
초심 잃고 몸 사린다? 이번 앨범‘팩트폭행’들어보라
자기 복제한다? 답습 안한다… 업그레이드중

가수 싸이는 한류의 아이콘이다. 어린 아이돌 가수들을 필두로 한 한류 콘텐츠가 아시아 시장을 전전할 때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미국 빌보드를 점령했다. 어느 순간 한국인을 만난 외국인들은 ‘강남스타일’의 트레이드 마크인 말춤을 추는 흉내를 내며 반가워했다.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흔든 지 어느덧 5년. 그의 위상은 여전하지만 온도는 예전 같지 않다. 또 ‘강남스타일’ 이후 싸이를 바라보는 대중과 언론의 시선에선 기대와 의심이 동시에 느껴진다. 10일 정규 8집 ‘4×2=8’을 발표했을 때도 관심의 초점은 ‘‘강남스타일’을 넘을 수 있을까?’였다. 바로 그 지점에서 오해와 편견이 발생한다. 지금 우리는 싸이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을까?

오해1. 싸이는 여전히 ‘강남스타일’에 취해 있다?

맞다. 한때 취해 있었다. 스스로 이를 고백한 건 2014년 연말 콘서트에서였다. 당시 인기에 편승해 디지털 싱글을 내놓던 그는 콘서트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2012년 이후 정신 차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년부터 ‘뻘짓’ 안 하고 열심히 음악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이듬해 연말 정규 7집이 나왔고, 다시 1년 5개월여 만에 10곡을 꾹꾹 눌러 담은 8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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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후 며칠이 지나면 수록곡은 회자가 안 된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10곡이 10개의 손가락과 같아서 다 아프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앨범을 내는 게 맞는지, 효율적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16년 차 가수로서 풍성한 생각과 많은 뉘앙스를 담은 앨범을 내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오해2. 싸이는 초심을 잃었다?

2001년 데뷔 당시 트렌드에 맞지 않는 외모(?)에 독특한 춤과 직설적 가사로 승부하던 싸이는 이단아였다. 오죽하면 별명이 ‘엽기 가수’였을까? 하지만 싸이는 이제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 이 때문에 ‘몸을 사린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해 말에는 국정농단 사건의 장본인인 최순실의 지지를 받은 연예인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연말로 예정됐던 그의 앨범 발표가 미뤄지자 의혹이 더 커졌다. 하지만 당당히 다시 대중 앞에 선 그는 이제 ‘초심’보다는 ‘본심’을 강조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너답게 해라’ ‘해외 의식 마라’ ‘부담 갖지 마라’ 등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그렇게 못 하겠더라.(웃음) 그래서 초심보다는 ‘본심’을 담아 노래와 춤을 만들었다. 또 누군가의 도움으로 빌보드 차트에 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루머는 사실인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앨범 발표를 미룬 것은 루머 때문이 아니라 대중이 도무지 신날 수 없었던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신나지 않았다. 수록곡 ‘팩트폭행’이 그런 마음을 담은 노래다. 심의 통과가 불가해 아예 신청도 안 했다. 싸이에게 초심을 원하는 분들이 들으면 갈증이 풀릴 노래다.(웃음)”



오해3. 싸이는 자기 복제한다?

싸이는 건재했다. 새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아이 러브 잇’과 ‘뉴페이스’는 발표 직후 각종 음원차트와 순위 프로그램을 석권했다. 재미있는 뮤직비디오 역시 한몫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런 소리가 들린다. ‘결국 ‘강남스타일’과 똑같네’라고. 싸이가 1집부터 고수해온 ‘자기 스타일’이 어느 순간 ‘자기 복제’라는 평가로 바뀌어 있었다. 이 역시 ‘1등 가수’가 넘어야 할 산일 수 있다.

또한 유튜브 조회수 1위를 달리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조회수(28억4344만)는 2위인 위즈 칼리파의 ‘시 유 어게인’(27억3194만)과 격차가 좁혀졌다. 자기 복제에 빠진 싸이는 이제 위기에 빠진 것일까?

“뮤직비디오 순위가 뒤집히고 계속 내려와도 개의치 않는다. 재작년부터 내가 만든 노래가 올드하게 들리더라. 정체기였다. 비난은 싫지만 수렴하고 반영하는 편이다. 그래서 ‘강남스타일’을 함께 만든 유건형 외에 아이돌 출신 지드래곤, 지코, 비와이와 같은 ‘젊은 피’를 수혈했다. 함께 작업하며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답습’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다. 이번 앨범을 통해 ‘음악이 늘었네’라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