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간척지 농민들 발동동
“물에서 미역국 같은 짠맛 나
모판 폐기 못해 강행하지만
내달초까지 비 안오면 폐농”

장기간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서해안의 대규모 간척농지에서 담수호 염분 농도(염도)가 상승해 제때 모내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민들은 “물에서 미역국 같은 짠맛이 난다. 이달까지 충분한 비가 오지 않으면 소금물에라도 모내기를 해야 할 판”이라며 올해 벼농사의 폐농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18일 충남도와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전국 쌀생산량의 1%를 차지하는 곡창지대인 서산 A·B 지구(9754ha)를 비롯, 보령 남포(489ha)·부사 간척지(652ha), 태안 이원간척지(499ha) 등 총 1만1394ha에 달하는 충남 서해안 간척지 논에서 염해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한창 인접 담수호에서 물을 받아 모내기를 해야 할 때지만 긴 가뭄으로 간척지마다 조성된 담수호의 염도가 정상치의 2~12배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물이 있어도 모심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이왕 못자리에서 키운 모판을 폐기할 수 없어 염도가 높은 물이라도 공급받아 모내기를 강행하고 있지만 6월 초순까지 충분한 비가 오지 않으면 염해로 벼 고사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농정 당국에 따르면 모내기 철 적정 염도는 900ppm, 활착기 철 적정 염도는 1300ppm 수준이다. 하지만 서산 A·B 지구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간월호·부남호의 최근 염도는 3500~4600ppm으로 측정됐다. 보령 부사호 염도는 2800ppm을 기록했다. 부남호 담수율은 90%, 부사호는 87%로 물은 충분하지만 농사용으로 쓰기 부적합하다. 태안 이원간척지 염도는 무려 1만1500ppm에 이른다.

이들 간척지에서 벼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잇고 있는 3281농가 농민들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서천군 부사지구 농민 오세헌(61) 씨는 “부사호 물에서 미역국 같은 짠맛이 난다”며 “염도 상승으로 논에 물을 댈 수 없어 논바닥에 먼지만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산 A지구 임차농 석명진(63) 씨도 “염도가 높더라도 모내기를 우선 하고 펌핑으로 논물을 순환시키면 며칠은 버틸 수 있다”며 “하지만 6월 초순까지 상당한 비가 내려 소금기를 희석해 주지 않으면 모가 불그스름하게 타들어 가는 고사 피해를 막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성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