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모방 다단계 사기
주부·회사원·퇴직자들 피해
부산 경찰, 일당 42명 적발

‘비트코인’을 모방한 가짜 전자화폐를 만든 뒤 투자하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속여 611억 원을 받아 챙긴 일당 4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8일 이 같은 혐의(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정모(54) 씨 등 9명을 구속하고, 일당 30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달아난 3명을 수배했다. 정 씨 등은 지난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알라딘’ ‘HMH’ 코인 등 5가지 가짜 가상화폐를 만든 뒤 6100여 명에게 “가상화폐 발행사업에 투자하면 6개월 후 원금의 3∼5배 이상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속여 총 611억 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정 씨 등은 정상 전자화폐인 ‘비트코인’을 모방해 가짜 가상화폐 문양을 만들고, 호텔 등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어 동남아시아 국영은행 등이 발행하는 것이라고 속였다. 이들은 서울, 부산, 대구 등 100여 곳의 지역센터를 통해 한 투자자가 하위 투자자를 추가 모집해 오면 그 실적에 따라 각종 성과수당을 주는 다단계 사기수법을 써 단기간에 회원 수를 크게 늘렸다. 정 씨 등은 또 2009년 1원에 불과했던 1 비트코인의 가격이 최근 200만 원을 넘어서는 등 가치가 폭등한 사례를 들며 이 사업에 투자하면 최고 1만 배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현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현금이 없는 사람에게는 일명 ‘카드깡’으로 대출을 받도록 한 뒤 돈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중·장년의 주부, 회사원, 퇴직자, 자영업자 등으로 1인당 130만 원∼2억1000만 원씩의 여유 자금이나 자녀 결혼 비용 등을 날렸다. 피해자 A 씨는 노후자금, 카드대출금과 함께 친·인척에게 돈을 빌려 7400만 원을 투자했다가 모두 날린 뒤 현재 남편과 별거 중으로 자녀 집과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 결제가 늘면서 가상화폐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국내에는 아직 현금으로 환전 가능한 전자화폐가 발행된 것이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