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로하니 한번 더” 이란 대선 중도개혁파 후보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여성 지지자들이 16일 얼굴을 드러내는 히잡을 착용한 채 테헤란 도심에서 유세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 투표 앞두고 兩强구도

강경보수, 라이시로 결집 이어
개혁파도 로하니로 ‘헤쳐모여’

인터넷 활용 소극적인 보수층
이례적으로 ‘소셜미디어 홍보’
독주하던 로하니 재집권 위협

19일 실시되는 이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중도개혁파 후보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부통령이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에서 사퇴했다. 강경보수파 후보가 검찰총장 출신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로 단일화된 데 이어 중도개혁파 후보도 단일화되면서, 로하니 대통령과 라이시 간 양자 대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란 현지매체 파이낸셜 트리뷴에 따르면 자한기리 부통령은 16일 성명을 통해 “내가 할 일을 다 했다”며 “로하니를 위해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자한기리 부통령은 13일 테헤란에서 열린 로하니 대통령 유세에도 참석하는 등 그간 대선에서 로하니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도와왔기 때문에 사실상 후보 사퇴가 예견됐었다. 그는 후보 사퇴 직전인 15일 밤에도 TV 토크쇼에 출연, 강경보수파 후보들이 실현 가능한 고용 정책과 실용적인 경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며 로하니 대통령을 적극 지원했다.

이로써 이번 이란 대선은 중도개혁파 로하니 대통령과 강경보수파 라이시로 양자 대결 구도가 굳혀졌다. 자한기리 부통령의 후보 사퇴에 앞서 전날에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테헤란 시장이 라이시를 지지한다며 후보에서 사퇴한 바 있다. 특히 지지율이 채 5%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영향력이 미미했던 자한기리 부통령과 달리 갈리바프 시장은 보수파 유력 후보였기 때문에 라이시는 큰 힘을 받게 됐다. 최근 이란 국익단체 이란학생여론조사국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이 42%로 1위, 라이시가 27%로 2위, 갈리바프 시장이 25%로 3위였던 만큼 로하니 대통령 재선은 보수파의 단일화로 위협받게 됐다.

NBC뉴스는 보수 진영 단일화 이후 강경파 유권자들의 유세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밤 테헤란에서 열린 라이시 유세장에는 1만5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잘 가라, 로하니” “이번 주를 끝으로 로하니는 사라진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보수층은 소셜미디어 활용에도 이례적이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과거엔 강경보수파가 인터넷 활용에 소극적이었으나, 이란 인구 약 8000만 명 가운데 60%가 30세 미만인 점을 감안해 전례 없이 소셜미디어 홍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시 유세장에 대규모 인파가 몰린 사진을 로하니 대통령 유세장에 소규모 군중만 모인 사진과 비교하는 게시물 등을 인터넷에 올리는 식이다.

이란에서는 지난 1981년 이후 모든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던 만큼 로하니 대통령의 재선도 당초 확실시됐었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 등 경제 문제가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오르고, 보수 후보가 단일화까지 되면서 로하니 대통령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로하니 대통령이 19일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상위 득표자 2명이 26일 결선투표를 다시 치러야 한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