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종만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제동 성당 주임신부가 문재인 대통령 내외에게 선물한 사진 작품 ‘평화’. 유종만 신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내외가 거주할 청와대 관저의 축복식을 거행한 서울 홍제동 성당의 유종만 바오로 주임신부가 문 대통령 내외에게 선물한 사진작품이 화제가 되고 있다.

15일 홍제동 성당 등에 따르면 유 신부는 문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관저에 입주한 지난 13일 오후6시30분부터 관저를 방문해 축복식을 거행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한 뒤 자신의 사진 작품을 문 대통령 내외에게 선물했다. ‘평화’로 명명된 이 사진 작품은 유 신부가 수년전 휴가때 일본 사이타마(埼玉)현에서 사목활동을 하는 동창 신부를 방문했다가 인근의 군마(群馬)현 하루나(榛名)호에 떠 있는 일엽편주를 촬영한 모습이다. 물결이 거의 일지 않을 정도로 잔잔한 수면에 뜬 작은 배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다.

이 사진이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교수신문이 그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연상시키기 때문. ‘백성은 물, 임금은 배’라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지만, 강물의 힘으로 배를 띄울 수 있는 중첩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사진을 본 한 천주교 신자는 “배에 앉은 사람이 모든 것을 혼자서 최종결정 해야 하는 고독한 문 대통령의 모습으로 보인다”며 “잔잔한 수면은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그런 바탕 위에서 정치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 신부는 작품 뒷면에 “신앙인으로서 늘 솔로몬과 같은 지혜로운 대통령이 되시기를 기도한다. 아울러 대통령으로서 모든 결단 전에 늘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대통령님의 모든 일에 성령께서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겠다”고 적었다.

홍제동 성당은 문 대통령 내외가 지난해 1월 서울 홍은동으로 거처를 옮긴 후 다녔던 성당이다. 천주교에서는 새 주거공간에 입주하면 축복식을 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 예식은 주례 사제가 방문해 하느님의 복이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집안 곳곳에 성수를 뿌리는 순서로 진행된다.

문 대통령이 추기경이나 주교에게 축복식을 부탁할 수도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유 신부는 “(문 대통령 내외는)굉장히 겸손하고 신앙심이 깊다”며 “문 대통령이 20여년전 어머니가 선물한 묵주반지를 하루도 빠짐 없이 자신의 왼쪽 넷째 손가락에 끼고 다니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라고 답했다. 유 신부는 이어 “축복식을 끝내고 나올 때 문 대통령 내외가 관저 대문격인 인수문밖까지 배웅해주셨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세례명은 티모테오(세례받을 당시는 디모테오), 김 여사의 세례명은 골롬바이다.

청와대 관저 축복식 소식이 전해진 뒤 네티즌들은 ‘오방 뭣인가가 있을까봐 불안했는데, 관저 구석구석 성수를 뿌려주셔서 감사하다’ ‘겸손한 분이다’ 등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유종만 신부가 사진작품 뒷면에 쓴 글. 유종만 신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