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사회의 열어
대법원장 입장표명 요구할 듯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으로 촉발된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기류가 15일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단위 법원 최다 인원을 두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단독 판사들이 이날 판사회의를 갖고 여러 개혁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 때문이다. 일선 판사들은 지난 4월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들을 시작으로 법원별 판사회의를 열고 ‘전국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할 법관들을 추천하고 있어 사법파동 후폭풍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이 모이는 판사회의에는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한 안건으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 △전국법관 대표회의 개최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 재조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단독 판사만 90여 명에 달하는 전국 최대 법원으로, 지난 2009년 당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재판개입 논란’ 때도 전국 법원의 의견을 이끌었다.

앞서 회의를 연 서울동부지법과 인천·청주·대구지방법원 판사들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진행할 판사 2명씩을 추천했다. 다른 법원에서도 1~2명씩 추천이 진행 중이다. 추천된 이들은 지난 2월과 3월 전국 법원별 판사회의를 통해 이인복 전 대법관이 위원장으로 참여한 진상조사위원회에 추천된 법관들이 대부분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5월 중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일각에서 전국 법관대표회의의 법적 근거를 문제 삼는 데 대해 “법원조직법에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대한 금지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며 판사도 집회·결사의 자유를 갖는다”고 반박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은 1994년 만들어진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각급 법원별 판사회의는 가능한 반면 전국 법관들의 대표회의에 대해서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돼 판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법관대표회의는 자발적 모임이어서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월 대법원장 정점의 인사제도 문제점을 주제로 한 판사들의 학술대회를 법원행정처가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터진 후 전국적으로 법원별 판사회의가 열리면서 시작됐다. 대법원은 진상조사위를 만들고 이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위촉해 전권을 위임했다. 조사위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에서 학술대회에 일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