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입양의 날’

친부모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출생신고 의무화 제도 도입
미혼모 신고 꺼려 입양 줄어
“국내입양 장려 제도 개선을”

입양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개정된 법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입양을 보내기 전 친부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반드시 하도록 하고, 양부모 쪽에는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방향으로 2012년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약 5년 동안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는 오히려 늘어나고 입양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출생신고 의무화는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친부모를 찾기 쉽게 하자는 뜻에서, 입양 절차 강화는 양부모의 입양아 학대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11일 보건복지부 제정 ‘입양의 날’을 맞아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되레 아이들이 더 나쁜 상황으로 내몰렸다”며 실제로 국내 입양을 장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미혼모 A(28) 씨는 지난 3월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자신의 아이를 두고 돌아섰다. 베이비박스는 종교·복지시설 등에서 아이를 두고 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상자로, 베이비박스의 문을 열면 소리가 나게 돼 있어 해당 시설에서 곧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유기하지 말고 차라리 시설에 마련된 베이비박스에 놓고 가라는 취지다. A 씨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간 이유에 대해 “입양특례법에 따라 아이를 입양 보내려면 출생신고를 하고 호적에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아동보호시설 등에서는 “입양을 보내려면 최소한 출생신고라도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실제로 출생신고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통계청 ‘국내외 입양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475명이었던 전체 입양아 수는 2012년(1880명)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에는 1057명까지 떨어졌다. 2010년과 비교하면 57.3% 감소한 수치다. 반면 복지부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영아는 2010년 4명에 불과했지만, 2012년 67명으로 늘어나더니 2013년 220명, 2014년 280명, 2015년 206명 등 이후로는 연간 200명을 넘고 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태어난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 입양홍보회 관계자는 “출산 비밀 보장을 원하는 미혼모들은 입양특례법에 따라 출생신고를 하기보다 영아 유기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미혼모 대신 입양기관의 장이 가족관계 등록을 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해 6월 이런 내용의 입양특례법 재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도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