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각 분야의 목소리

“관련 정책 대기업 위주서 탈피해야
작가보다 이용자 중심으로 전환을”

문화계는 전반적으로 ‘정치성과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 문화’ ‘문화단체와 기관의 독립’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문화를 산업적 측면으로만 보지 않는 ‘쏠림 없는 분야별 균형’ 등을 바라는 가운데 각 분야의 현안들이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다.

일단 새 정부의 문화정책의 기본 프레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10여 년 전 참여정부가 ‘새 예술정책’이라는 두꺼운 보고서를 냈는데 문화정책 패러다임을 다시 짰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빛나는 마스터플랜이었다”며 “새 정부는 다시 ‘새 예술정책’을 구현하려 할 것이다. 옳은 방향이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화 공약만 두고 보면 문화에 대한 의지가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분야별로 출판의 경우 대선을 앞두고 공약 제안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 대선 공약에 공공도서관 확장, 장서 구입 확대, 독서문화진흥예산 확대, 출판문화 활성화 등을 반영하는 성과를 올린 만큼 기대도 크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김대중 정부부터 문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산업 위주, 대기업 위주로 펼쳐진 면이 있다. 이런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 진짜 중요한 것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술, 출판 등의 인프라를 살리는 근본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공연계도 순수예술 분야의 위축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원했다. 문화예술 전공자들은 쏟아져 나오고 국민의 문화적 갈증은 큰데 구조적 고리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예술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문학, 공연, 미술 등 분야에 관계 없이 이제 우리 문화정책도 개별 작가, 작품에 대한 나눠주기식, 퍼주기식 지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선 공감하고 있다. 문화 예산이 잘게 분해되는 이런 개별 지원보다는 인프라 구축 같은 근본적인 지원, 예술 생산자 중심이 아니라 독자, 관객, 이용자 등 소비자 중심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도 “미술 시장 발전을 위해서라도 (작가에 대한 개별 지원보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소비자인 개인이나 기업의 작품 구입에 세제 혜택을 주는 후원 시스템 등의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화계는 문화인이 주체가 되는 문화정책을 원했다. 윤 회장은 “관이 주도하는 정책이 아니라 문화인이 배제되지 않고 주체가 되는 정책, 민관의 협치가 이뤄지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도 “정부는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쳐야 한다”며 “뭐든 다 하려고 하거나 앞장서서 선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최현미·이경택·박동미 기자 chm@munhwa.com